[단독] 내년 전자정부 지원 예산 74% 싹둑…‘전산망 먹통’에 정부 “대기업 ‘공공SW’ 참여 허용, 이건 규제개혁”

[단독] 내년 전자정부 지원 예산 74% 싹둑…‘전산망 먹통’에 정부 “대기업 ‘공공SW’ 참여 허용, 이건 규제개혁”

강주리 기자
입력 2023-11-21 22:10
수정 2023-11-21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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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연내 소프트웨어진흥법 개정

1000억 이상 사업에 허용 가닥
“국조실 규제개혁 차원 정부안”
2012년부터 대기업 참여 제한
“관리부실 우려에도 대선 겨냥 밀어붙여”
인증 수요 늘고 첨단 기술 등장에
중기 기술력·자금난·인력난 허덕
‘짠물 예산’ 유지·관리 부실 악순환
중기 반발엔 “충분히 의견수렴”
“대기업 재하청 막고 기술 활용”
전자정부 유지·보수 예산 대폭 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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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센터 민원서류 발급 서비스 재가동
주민센터 민원서류 발급 서비스 재가동 행정안전부가 전국 시군구·읍면동 주민센터에서 민원 서류 발급 서비스를 재가동한다고 알린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창구에 민원 서류 정상 발급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2023.11.20 연합뉴스
대국민 민원서비스 업무에 큰 차질을 빚게 했던 정부 행정전산망 마비 사태를 계기로 정부가 대기업도 공공 소프트웨어(SW)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이르면 연내 소프트웨어진흥법 개정안을 내놓기로 했다. 첨단 기술 적용과 신속한 유지·보수·백업 등 효율적인 대민서비스 업무를 위해 세계적 수준의 정보통신(IT) 기술을 보유한 대기업의 능력을 활용하자는 취지다. 그동안 정부는 중소기업 보호·육성을 위해 중소기업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10년 이상 대기업의 진입을 막아 왔다. 이런 가운데 내년 행정안전부의 전자정부 지원사업 예산은 74% 삭감된 것으로 확인됐다.

“대기업 참여 허용 방향으로
늦지 않게 SW법 개정안 공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핵심 관계자는 21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공공 SW사업 참여 제한과 관련해 지난 6월 말 업계와 부처 간 논의를 진행했으며 1000억원 이상 사업에 대기업의 참여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늦지 않게 개정안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 개방과 상생협력제도 개편 내용도 포함돼 함께 현재 의견 검토를 하고 있다”면서 “이것은 단순한 과기부 안이 아닌 국무조정실에서 추진하는 규제개혁 추진단에서 정부 안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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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는 2012년 SW 공공사업에 대기업의 참여를 전면 제한하도록 소프트웨어진흥법을 개정했다. 대기업에 일을 맡겨 보니 중소기업들에 아웃소싱(하청)하고 중소기업은 또 재하청을 주는 구조로 변질되면서 일은 하청업체들이, 대기업은 돈만 챙기는 식의 ‘중간 관리자’ 역할을 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2012년 SW진흥법 개정안 당시 내용을 잘 아는 정부 관계자는 “관리 부실을 우려한 주무부처 행안부 등 관계부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당시 대선을 겨냥해 청와대와 정권 차원에서 밀어붙였다”고 털어놨다.

대기업을 규제한 지 10년이 훌쩍 지나면서 인증 수요는 폭증했고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한 새로운 첨단 기술들이 쏟아졌다. 기술력과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전자정부 프로그램 개발 등에 참여한 우수한 인재들을 붙잡아두는데 한계에 직면했다. 잦은 이직과 인력난 속에 업무량은 늘어나는데 ‘짠물’ 예산은 유지·보수 부실화의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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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대국민 민원서비스 중단 사태 관련 회의
정부, 대국민 민원서비스 중단 사태 관련 회의 한덕수 국무총리가 1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전날 국가정보시스템 서비스 장애로 공공기관의 대국민 민원 서비스가 중단된 사태와 관련해 시도·새올행정시스템 장애 관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3.11.18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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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장관, 행정전산망 점검 위해 등본·인감 발급
이상민 장관, 행정전산망 점검 위해 등본·인감 발급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를 방문해 사흘째 이어지고 있는 정부 행정전산망 장애 복구를 위한 현장점검 도중 본인의 등본과 인감 서류를 발급하고 있다.
지난 17일 공무원 전용 행정전산망인 ‘새올’에 이어 정부 온라인 민원서비스인 ‘정부24’도 서비스가 전면 중단돼 공공기관의 민원서류 발급이 올스톱됐다. 2023.11.19 공동취재
“첨단기술 접목·인증 수요 폭증 대비
‘대기업 참여 금지’ 규제 폐지해야”
해외 수출 ‘전자정부시스템’ 관리 필요
이 때문에 전문가들과 과기부 등 관계부처에서는 전 세계로 해외 수출하는 전자정부시스템의 지속 개발·발전을 위해서라도 전자정부에 첨단 기술 접목을 막는 ‘대기업 참여 금지’ 규제는 폐지해야 한다는 강조했다. “행정전산망 시스템 등 전자정부 공공SW분야는 대기업 참여 예외 규정인 ‘국가안보’와 ‘신기술’ 영역에 해당하며 삼성SDS, LGCNS 등 유수한 대기업의 기술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집행된 공공 SW 구축 사업 예산은 18조 9676억원으로 이 가운데 1000억원 이상 규모의 국가안보 측면에서 예외적으로 대기업 참여한 사업은 16건에 불과했다.

중소기업계 반발과 관련, 과기부 관계자는 “대기업과 협력하는 등 다양한 입장을 가진 중소기업들이 있고 충분히 얘기하면서 진행해왔다”면서 “(공공 SW분야의) 대형 사업, 설계·기획에 있어서 품질 문제를 연계해 중소기업들의 의견을 수렴해 나온 개정안”이라고 강조했다.

안문석 고려대 행정학과 명예교수는 “대기업 하청의 하청을 막는 대책을 세우는 한편 공공SW분야 전산망은 대기업의 첨단 기술을 도입해 속히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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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앞두고 주민센터는 비상근무
월요일 앞두고 주민센터는 비상근무 19일 오후 서울 동작구 사당3동 주민센터에서 직원들이 정부 행정전산망 장애 사태 관련 복구 상황 등을 점검하며 비상근무를 하고 있다. 2023.11.19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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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 전산망 복구
행정 전산망 복구 20일 오전 광주 북구 용봉동 행정복지센터에서 민원인이 증명서 발급을 받고 있다. 2023.11.20 연합뉴스
전자정부 지원 예산 493억→126억
행정정보시스템 유지·보수 127억→54억
지방재정 정보화 예산 3년새 76% 삭감
차세대 지방행정시스템 예타 지연에
내년 예산 반영도 못해 ‘먹통’ 재연 우려
한편 이런 상황에서 내년도 전자정부의 유지·보수 예산은 대폭 줄었다. 기획재정부가 국회 제출한 정부예산안을 살펴보니 내년 행안부 디지털 정부혁신 관련 예산(7925억원)은 올해(7716억원)보다 200억원 이상 늘었지만 눈에 보이는 사업 외에 유지·보수 등 계속사업은 일제히 감액 조치됐다.

전자정부 지원 사업은 올해 493억원에서 내년 126억원으로 74%(367억원) 삭감됐다. 지난해에도 당초 정부안 936억원에서 국회를 거친 뒤 493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행정정보 공동 이용 시스템의 유지·보수 예산은 올해 127억원에서 내년 53억 7000만원으로, 모바일 전자정부 구축사업 예산은 2021년 30억원에서 3년 내리 삭감돼 내년 8억원으로, 지방재정 정보화 사업 예산은 2021년 229억원에서 올해 74억원, 내년엔 56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행안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이번에 인증시스템 문제로 멈춰 섰던 15년 된 지방행정정보시스템 ‘새올’을 새로운 시스템으로 완전 교체하는 5800억원 규모의 ‘차세대 지방행정공통시스템’ 사업은 당초 상반기 마무리 예정이던 KDI의 예비타당성조사 지연되면서 내년 예산에 반영되지도 못했다. 이에 따라 지방 행정시스템 노후화에 대한 본사업 착수가 늦춰지면서 ‘11·17 행정전산망 마비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은 계속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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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지자체 행정 전산망 장애 발생
전국 지자체 행정 전산망 장애 발생 전국 지방자치단체 행정 전산망에 장애가 발생한 17일 오전 서울의 한 구청 종합민원실에서 직원이 민원인에게 네트워크 장애로 인한 무인민원발급기 사용 불가함을 설명하고 있다. 2023.11.17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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