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혼인생활 후 이혼 청구한 부인, 출입금지 통보
주말부부 남편, 비밀번호 누르고 들어갔다 기소유예
헌재, “부부관계 청산 등 명시적 합의 인정 안돼”
“비밀번호 누르고 들어간 행위…‘침입’ 아냐”
서울신문 DB
헌재는 3일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청구인 A씨가 수원지검 안산지청 검사를 상대로 주거침입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제기한 심판 청구를 인용했다고 밝혔다.
영주권을 취득한 외국인인 A씨는 2021년 9월 2일 별거 중인 아내 B씨가 사는 집에 들어갔다가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기소유예란 형사 처벌은 면할 수 있지만 수사기관이 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한 것이어서 외국인의 경우 체류나 출입국에 불이익이 따르는 사례도 있다.
이에 A씨는 공동으로 거주하던 주택에 출입을 막을 정당한 이유가 없으므로 B씨의 동의 없이 주택에 들어갔다고 주거침입 행위로 볼 수 없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쟁점은 A씨를 ‘공동 거주자’로 볼 수 있는지였다. 형법상 주거침입죄는 타인의 주거에 침입해야 인정되고 공동 거주자 간에는 성립하지 않는다.
헌재는 A씨가 공동 거주자가 맞는다고 판단했다. A씨와 B씨가 10년 넘는 혼인 생활을 유지해 왔고, A씨가 주택 매매대금의 상당 부분을 마련했으며, 다른 지역에서 일하면서도 휴일에는 해당 주택에서 생활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헌재는 “B씨가 A씨를 상대로 이혼을 청구했다거나 A씨를 주택에 일방적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는 사정만으로는 A씨와 B씨 사이에 부부관계를 청산하고 A씨가 주택에 더 이상 살지 않기로 하는 명시적인 합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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