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 공항철도·KTX역 주변만 한시적 허용…“교통 요지 아닌 곳은 코로나가 피해 가나”
10일 서울신문이 서울 중구 광화문과 시청 일대 카페 20여곳을 점검한 결과 모든 업소에서 종이나 플라스틱 컵 등 일회용품을 제공하지 않았다. 한 카페 점원은 “최근 들어 부쩍 일회용컵을 요청하는 손님이 많은데 아직 아무런 지침이 내려오지 않았다”며 “저희도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회사원 이모(41·여)씨는 “다른 사람 침이 튈까 봐 마스크를 하고 다니는데 입을 대는 컵을 공유한다는 게 찝찝하다”며 “카페에서 깨끗이 닦고 소독하는지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KTX 서울역사 내 카페와 패스트푸드점은 손님이 요청하면 일회용컵을 제공하고 있다. 한 패스트푸드점 점원은 “구청에서 협조 공문을 보내왔다”며 “기본적으론 머그컵이 나가지만 주문자가 요구하면 일회용컵을 준다”고 했다.
환경부는 지난달 31일 공항·항만·KTX역 주변 음식점에 한해 일회용컵을 한시적으로 허용한다는 지침을 내렸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 1일 김포공항역·마곡나루역·디지털미디어시티역·홍대입구역·공덕역·서울역 등 공항철도 환승역과 삼성역·고속터미널역 등 도심공항역에 일회용품을 허용한다는 지침을 25개 자치구에 보냈다. KTX역과 터미널도 포함됐다. 하지만 공항철도가 지나지 않거나 터미널이 없는 동네와 금천·성북·서대문·관악·광진·강북·송파·중구 등 대다수 자치구는 해당되지 않았다. 강북구 수유동의 한 주민은 “교통 요지가 아닌 곳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피해 간다는 말인지 어처구니가 없다”며 “윗분들은 과잉대응이 낫다고 하면서도 실제론 소극 대처로 일관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서초구는 서울 25개 자치구 중 유일하게 관내 모든 음식점과 카페 등에 일회용품 사용을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고객이 갑자기 몰려 충분하게 소독하고 세척할 시간이 부족하거나, 고객이 요구하면 일회용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양재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신모(54)씨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손님이 끊겼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 같아 다행”이라고 했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등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국민 건강보호가 최우선인 만큼 서울시 전체 구와 정부도 일회용품 한시적 허용에 대해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2020-02-11 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