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라인 윗선은 묵인…충남도 산하 성희롱 위원회는 유명무실
안희정 전 충남지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여비서(6급)가 성폭행을 당한 뒤 피해 사실을 상담할 수 있는 창구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충남도 산하에 성폭력 문제 전담기구가 있지만, 주로 도청 직원을 대상으로 한 조직인 데다 그마저도 지난해 말 처음 열릴 정도로 유명무실했다.
안 전 지사의 공보비서 김지은씨는 지난 5일 방송된 JTBC 인터뷰에서 “SOS를 치려고 여러 번 신호를 보냈고, 눈치챈 선배에게 이야기하기도 했지만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이어 “정신과에 전화 심리상담을 시도했지만 전화로는 불가능하다고 했고, 일정상 맞추기도 어려웠다”며 “선배는 그저 ‘거절하라’고만 했고, ‘아니다’, ‘모르겠다’라고 거절을 하기도 했지만 결국에는 그런 일이 벌어졌다”고 울먹였다.
김씨는 지난해 4월 안 전 지사 대선 경선 캠프에 합류한 뒤 같은 해 6월부터 수행비서(6급)로 다른 정무비서들과 함께 충남도청에서 근무해 왔다.
올해 초 공보비서로 보직이 변경됐지만, 안 지사를 24시간 수행하느라 도청 직원들과의 교류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가 말한 선배는 정무라인 윗선을 의미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내부에선 이를 알고도 묵인했거나 은폐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도청 내 성폭력 문제를 상담할 수 있는 여성가족정책관 산하 ‘성희롱 고충처리위원회’가 있지만, 도청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전담 창구인 데다 노·사가 함께 참여하는 위원회인 만큼 피해 사실을 알리기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도에서도 피해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말 계약직 공무원의 성희롱 피해 사실을 조사하기 위해 충남도 개청 사상 처음으로 성희롱 고충위원회를 열었지만 절차조차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부랴부랴 위원을 임명하는 등 혼선을 빚었다.
김태신 충남도 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은 “관 위주로 하는 공식적인 조직에는 사실상 직원들이 속마음을 터놓고 성폭력 피해를 상담하기 어렵다”며 “공보비서의 경우 도청 직원들과 직접 만날 기회가 없었던 만큼 피해 사실을 신고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계약직 여직원 성추행 문제를 계기로 노조원들의 성폭력 문제를 신고할 수 있는 센터를 고민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충남도 공무원노조는 이날 노조원이 중심이 된 ‘성폭력 예방 및 갑질문화 추방센터’ 개소식을 하고 운영에 들어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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