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장 수여식 앞뒀는데…’ 한 경찰관의 안타까운 죽음

‘훈장 수여식 앞뒀는데…’ 한 경찰관의 안타까운 죽음

강경민 기자
입력 2017-11-27 15:28
수정 2017-11-27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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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수습 중 사고…공황장애 앓다 스스로 목숨 끊어

크리스마스인 지난해 12월 25일 새벽. 인천지방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 소속 김모(57) 경위는 전날 밤부터 이어진 야간근무가 끝나가던 오전 5시 30분께 교통사고 신고를 접수했다.

인천 송도국제도시와 영종도를 잇는 인천대교 고속도로에서 인피니티 승용차가 눈길에 미끄러져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멈춰 서있다는 내용이었다.

순찰차를 타고 인천대교로 출동한 김 경위는 견인차 도착 전까지 사고 현장을 수습했다. 수신호를 하며 차들을 통제하던 중 한 승용차가 미끄러지듯 돌진했고, 앞서 사고로 멈춰서 있던 인피니티 승용차를 들이받았다.

충격으로 360도 회전하던 인피니티 승용차는 김 경위를 치어 도로 위에 쓰러뜨렸다.

당시 의식을 잃지 않은 그는 “가슴이 자꾸 아프다”며 동료 경찰관들에게 호소했다. 그는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대학병원으로 급히 이송됐다.

가슴 쪽 동맥혈관이 파열된 김 경위는 오전 11시부터 밤 8시 넘어서까지 이어진 9시간의 수술을 받았다. 인조 혈관을 몸에 삽입하는 대수술이었다.

그는 무릎 십자인대도 파열돼 또 다른 병원으로 옮겨 다니며 입원과 수술을 반복했고 이 과정에서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다.

병가 180일과 개인 연가를 모두 썼는데도 치료는 끝나지 않았고, 올해 9월 13일부터는 3개월간 휴직을 신청했다.

인천경찰청은 그가 공무 중 교통사고를 당한 점을 고려해 공무원연금공단, 경찰공제회 등과 함께 요양비용과 치료비 등을 지원했다.

그러나 김 경위는 사고 당시 기억과 그 충격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야 했고, 사고 11개월 만인 27일 오전 자신이 치료받던 인천의 한 병원 주차장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김 경위와 함께 근무한 인천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의 한 직원은 “김 경위는 항상 차분하며 성실하게 일하면서도 동료를 늘 배려하던 분이었다”며 “근무 중 당한 사고로 오랜 시간 치료를 받다가 생을 마감해 안타깝다”고 슬퍼했다.

김 경위는 일주일 뒤인 다음 달 4일 위험직무 공상 경찰관에게 주는 옥조근조훈장을 받을 예정이었다.

또 경찰청과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 주관한 생명존중 대상 수상자로 선정돼 같은 날 치료비 명목의 상금 2천만원도 받게 돼 있었다.

인천경찰청은 생명과 재산의 위험을 무릅쓰고 직무를 수행하다가 사망한 ‘위험직무 순직’이나 직무 수행 중 사고나 관련 질병으로 숨진 ‘공무상 사망’ 등을 이유로 김 경위가 순직 처리될 수 있도록 추진할 방침이다.

앞서 세월호 참사 현장에서 근무하다가 진도대교에서 투신해 숨진 진도경찰서 소속 김모(사망 당시 49세) 경감이 3년 만에 순직을 인정받은 바 있다.

인천경찰청 관계자는 “김 경위가 정년을 3년 남겨뒀는데 안타까운 사고를 당한 뒤 힘든 상황을 견디지 못한 것 같다”며 “순직 처리 여부는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의 심사 후 결정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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