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안전 컨트롤타워 부재
농장 이름 공개 두고 부처 ‘혼선’…지난 4월 ‘달걀 농약관리 토론 회’소비자연맹, 식약처 관계자 초청 “피프로닐 조사 조언했지만 허사”
살충제 달걀 파문으로 식품안전 분야에 있어 정부의 컨트롤타워 부재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1일부터 농가에 대한 실태조사에 착수했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업무 공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시민단체 제보를 묵살하는 등 관계 부처의 부실한 대응이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우리 식당은 살충제 달걀 안 써요”
국내산 달걀에서 살충제 성분인 비펜트린과 피프로닐이 검출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16일 서울 강남구의 한 식당에선 종업원이 안전한 달걀을 사용한다는 공지를 붙이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농식품부가 이달 1일 국내 농가 조사를 시작했는데도 류영진 식약처장은 거듭 “수입 달걀은 문제가 없다. 달걀과 닭고기를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고 주장하는 등 안일한 인식을 그대로 드러냈다. 지난 10일 식약처는 관련 자료를 내고 “해외에서 수입된 유럽산 달걀은 57t으로, 문제가 된 네덜란드나 벨기에산은 없고 스페인산만 수입됐다”며 식품안전시스템에 이상이 없다고 호언장담하기도 했다. 해외만 집중 점검하고 국내 상황은 등한시한 것이다.
정부가 시민단체의 제보를 묵살한 정황도 드러났다. 한국소비자연맹은 지난 4월 6일 ‘유통 달걀 농약관리 방안 토론회’를 열고 식약처 관계자들을 초대해 농가 현황 조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향기 한국소비자연맹 부회장은 “당시 토론회에서 ‘살충제 피프로닐은 사용이 금지돼 있지만 전혀 관리가 되지 않고 소비자들이 불안해하니 농가 실태조사를 하라’고 조언했었다”며 “식약처 연구관 2명이 토론회에 왔는데 ‘다성분 분석법에 포함시켜 검사하고 관리를 제대로 하라’는 얘기를 유념해서 들었다면 지금의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외에서는 최근 수년간 피프로닐의 유해성에 대한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오는 등 살충제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지만 정부는 농가 동향 파악을 포함한 여러 조치에 무관심했다. 가축에 피프로닐 사용을 금지하면 농가에서도 쓰지 않을 것이라고 안일하게 판단한 것이다. 국내에서는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피프로닐이 곤충 등 무척추 동물에게만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의 논문이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2015년 인도 수의학연구소 분석에서 쥐에게 28일간 피프로닐을 섭취하게 한 결과 뇌와 신장에 독성이 생기는 것으로 밝혀지는 등 해외에서는 인체 유해성 문제가 잇따라 제기됐다.
한편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총리가 이번 사태를 범정부적으로 종합 관리하고 국민에게 전수조사 결과를 소상히 알리는 등 필요한 조치를 다하라고 지시했다. 이 총리도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살충제 달걀으로 국민 불안과 불편이 몹시 크다”며 “농식품부와 식약처 두 부처가 국민께 가장 알기 쉬운 방법으로 가장 정확하고, 가장 정직하게 설명해 드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리는 또 “오늘까지 농장 62%에 대한 조사가 끝나게 되며, 늦어도 모레면 문제가 있는 것은 전부 폐기하고 나머지는 시중에 전량 유통될 수 있으니 하루 이틀만 감내해 달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늘까지 전체 유통량의 25%에 해당하는, ‘문제없음’으로 판정된 달걀은 시중에 유통되기 시작하며 내일이면 50%가 넘을 것이고, 모레면 거의 100%가 유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2017-08-17 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