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가 고통 호소하면 학교폭력”…가해 이유 28% ‘장난으로’
“이불을 씌운 채 야구방망이로 때렸다” vs. “정도가 지나친 장난이었을 뿐”서울의 유명 사립 숭의초등학교가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대기업 총수 손자와 연예인 아들을 봐줬다는 의혹을 계기로 학교폭력과 장난의 경계를 둘러싼 논란도 뜨겁다.
피해자는 등교를 못 할 정도로 심한 충격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반면 가해자로 몰린 학생 쪽과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는 ‘심한 장난’ 수준이었다고 반박한다.
19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학교폭력 사안 처리 가이드북’에서 장난을 빙자한 폭력적 행동도 분명히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규정한다.
교육부는 가이드북 ‘학교폭력 유형’에서 “장난을 빙자한 꼬집기, 때리기, 힘껏 밀치는 행동 등도 상대 학생이 폭력행위로 인식한다면 학교폭력에 해당한다”며 신체폭력으로 규정했다.
‘장난 또는 사소한 행위, 무심코 한 행위는 학교폭력이 아니다’란 주장에 “피해 학생이 고통을 호소한다면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피해자의 인지 여부가 중요한 판단 기준임을 강조했다.
실제로 교육부의 2014년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학교폭력 가해 이유에 대해 ‘장난으로’란 응답이 28.4%였고, 남학생의 경우 장난으로 했다는 비율이 35.5%에 달했다.
교육부는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학교폭력 유형은 예시의 일부이며, 그와 유사한 학생의 신체, 정신 또는 재산상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는 모두 학교폭력”이라고 밝혔다.
학교폭력 예방법은 ‘학교폭력’의 예로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 폭행, 감금, 협박, 약취·유인, 명예훼손·모욕, 공갈, 강요·강제적인 심부름 및 성폭력, 따돌림, 사이버 따돌림,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음란·폭력 정보 등을 들고 있다.
교육부 가이드북은 또 ‘아이들은 원래 싸우면서 자란다’는 얘기도 잘못된 통념이라고 꼬집었다.
성장기 아이들의 폭력은 폭력적 성향으로 발전해 성인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기에 폭력이 발생하면 교사와 보호자의 즉각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학교폭력에서는 가해 학생과 피해자 간에 힘의 불균형이 존재하기 때문에 피해 학생은 외부 상처는 물론 심리적, 정서적 상처를 받게 된다”며 ‘아이들 싸움은 아이들끼리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도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노윤호 변호사도 “가해 학생 쪽에서 장난이라고 치부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를 보이면 조기에 잘 해결할 수 있는 일도 돌이킬 수 없는 갈등으로 이어진다”며 “가해 학생의 행위가 학교폭력 중 어느 유형에 해당하는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면 학교는 자칫 경미한 행위로 간주해 적절한 징계나 피해자 보호 조처를 하지 않게 된다”고 경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