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병 중상 입힌 간부 징계보고 묵살한 육군훈련소장

훈련병 중상 입힌 간부 징계보고 묵살한 육군훈련소장

입력 2017-05-02 11:16
수정 2017-05-02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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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훈련소장 “훈련 중 사고 책임 물으면 아무도 강한 훈련 안 할 것

육군훈련소 간부가 안전대책 없이 사격 훈련을 벌여 훈련병에게 중상을 입혔는데도 훈련소장은 제대로 된 내부조사 없이 솜방망이 징계를 내린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훈련 중 발생한 중상 사고를 가벼이 여겨 내부조사와 징계를 정당하게 처리하지 않은 육군훈련소장에게 경고 조치를 하라고 육군참모총장에게 권고했다고 2일 밝혔다.

해당 소장에게는 당시 훈련을 진행한 간부들에게 각각 책임에 따른 상당한 조처를 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육군훈련소는 각개전투 훈련장에서 공중폭발모의탄 소음측정 시험을 하면서 안전대책이나 경고 없이 훈련병들이 있는 쪽으로 사격했다.

육군의 야전교범은 공중폭발모의탄을 사람이 있는 곳으로 발사하지 말고 45도 이상 각도를 유지해 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 육군훈련소 훈련처 과장은 사격자인 중대장에게 “각도를 낮춰 쏘라”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대장은 인권위에 당시 발사각이 30도 정도였다고 진술했다.

이 포탄은 당시 ‘엎드려쏴’ 자세로 대기하던 훈련병 A씨의 다리 사이로 떨어져 폭발했다. A씨는 이 사고로 하체에 심각한 상처를 입고 성형외과 수술과 이비인후과·정신과 진료를 받은 뒤 올해 1월 의병 전역했다.

그러나 육군훈련소는 포탄을 직접 사격한 중대장에 대해서만 견책 징계를 했을 뿐 발사를 지시하거나 이에 관여한 다른 간부들에 대해서는 징계가 이뤄지지 않았다.

육군훈련소 참모부는 당시 발사를 지시한 훈련처 과장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해야 한다고 보고했으나, 육군훈련소장은 이를 묵살했다.

육군훈련소장은 인권위에 “훈련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까지 책임을 묻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그렇게 되면 아무도 위험을 극복하고 강한 훈련을 진행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A씨 부모의 진정으로 조사를 벌였다.

인권위는 육군훈련소장이 강군 육성을 이유로 훈련 책임자에 대한 합당한 조사를 제대로 못 하게 한 것은 피해자가 병역 의무 이행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 정당하게 평가받고 보상받는 것을 저해한 행위로 헌법 10조가 규정한 국가의 기본권 보장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강군육성’이라는 지휘 철학을 이유로 훈련병들의 생명과 신체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마저 외면한 간부들에 대한 징계조사 진행을 막은 육군훈련소장의 행위는 용인되기 어렵다고 봤다.

인권위는 A씨의 부상 정도가 심각한데도 가장 낮은 등급인 ‘심신장애 10급’을 부여한 국군의무사령관에게도 등급을 재심사하라고 권고했다.

국군의무사령관은 조사 과정에서 인권위 권고가 있으면 재심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병사들의 가치를 소중히 하고 그 명예를 존중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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