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주요구간 오후들어 정체 극심…퇴근시간대 절정
“조금이라도 일찍 출발해야죠. 귀성길 스트레스 받지 않으려면요.”설 연휴 전날인 26일 오후 들어 서울역과 버스터미널, 공항에서는 한시라도 빨리 고향에 있는 가족을 만나러 길을 떠나는 인파가 쏟아지고 있다.
오전부터 귀성객이 몰려 북적인 서울역은 오후가 되자 인파가 갑절로 늘었다.
역사 내 패스트푸드점 등 식당에는 자리가 꽉 차 일부 손님은 선 채로 햄버거를 먹어야 했다. 의자에는 귀성객들이 여행용 가방과 선물세트를 내려놓은 채 빼곡히 자리를 채우고서 열차 출발 시간을 기다렸다.
유치원생 정도로 보이는 한 여자아이가 기다림이 지루했던지 40대 아버지 품에 안겨 “아빠 우리 언제 가?”라며 채근하자 아버지가 “곧 출발한다”고 딸을 달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담배 연기가 자욱한 흡연실에도 자리가 꽉 찼다. 매표소에는 승차권을 구하려는 이들로 긴 줄이 늘어섰지만, 상당수 열차가 이미 매진된 뒤였다.
경북 포항으로 간다는 안모(64)씨는 “표를 구하지 못해 입석이라도 있는지 알아보려고 줄을 섰다”고 말했다.
경기 고양시의 한 공장에서 일한다는 태국 출신 노동자 놉 페클라(Nop Pekla·34)씨는 “일하느라 바빠서 표를 끊지 못했다”며 “입석이라도 있으면 부산으로 여행을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거꾸로 표를 팔기 위해 나온 귀성객도 있었다. 한 남성은 ‘동대구 왕복 KTX 팝니다’라고 쓴 종이를 들고 표 살 사람을 찾았다. 그는 “열차표를 이중구매하는 바람에 하나가 필요 없게 됐다”며 “산 가격 그대로 되팔려고 한다”고 했다.
역 앞 광장에서는 중부소방서가 귀성길 안전 캠페인을 겸해 윷놀이와 제기차기 대회를 열어 명절 분위기를 돋웠다. 참여자보다 구경꾼이 많았지만, 사회자는 연신 ‘도전!’, ‘윷이야!’ 등을 외치며 흥겨운 무대를 연출했다.
오전에 상대적으로 한산한 모습을 보이던 서초구 반포동 서울고속터미널은 오후 들어 귀성이 본격화하면서 붐비기 시작했다.
오전에는 듬성듬성 비었던 대합실 대기 의자는 자리가 거의 없이 빼곡하게 찼고, 카페도 사람으로 가득했다. 버스 출발시간에 딱 맞춰 도착하는 바람에 가족 손을 잡고 허겁지겁 버스로 뛰어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부산행 표는 적게는 1석부터 많게는 4석까지 여유가 있는 편이었지만, 강원도 등 일부 노선은 오후 늦게까지 기다려야 한다.
강원 동해로 가려던 직장인 김승희(32)씨는 “오후 반차를 내고 왔는데 빈자리가 있는 버스를 타려면 오후 9시20분까지 기다려야 한다”며 “연휴 전날이라 자리가 있을 거라 생각하고 그냥 왔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오늘은 일단 서울에서 하루 자고 내일 새벽에 내려갈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가족 단위가 아닌 홀로 고향을 향하는 사람도 많았다.
회사에서 설을 맞아 나눠준 햄 선물세트를 바리바리 싸들고 가는 직장인부터 가방을 책으로 가득 채운 공무원 시험 준비생도 있었다. 반려견을 맡길 데가 없어 직접 데리고 가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전남 여수가 고향이라는 박모(34)씨는 “집에 가면 친척들이 결혼은 언제 하느냐고 타박할 텐데 고향 가는 길까지 차가 막혀 스트레스 받고 싶지 않아 하루빨리 내려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오후 3시 현재 전국 고속도로에서는 하행선 정체가 본격화해 360㎞가 넘는 구간에서 정체 또는 서행이 빚어지고 있다.
경부선 부산방향 안성나들목부터 남이분기점까지 약 60㎞ 구간에는 차량이 가득 몰려 거북 운행을 하고 있다. 서해안고속도로 목포방향 화성휴게소→행담도휴게소 등 약 30㎞ 구간도 정체가 매우 심한 상태다.
중부고속도로 통영방향, 중부내륙고속도로 창원방향, 영동고속도로 강릉방향 등도 각각 20∼40㎞에 걸친 구간에서 제 속도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체는 퇴근 후 퇴근 후 귀성객이 몰리기 시작하는 오후 6∼7시께 절정에 이를 전망이다.
오후 4시 승용차 출발 기준으로 주요 도시 간 예상 소요시간은 서울→대전 4시간50분, 서울→강릉 3시간30분, 서울→광주 6시간50분, 서울→목포 6시간50분, 서울→대구 5시간24분, 서울→부산 6시간30분, 서울→울산 6시간23분이다.
용케 항공편을 구해 빠르고 편안하게 귀성하는 이들로 공항도 붐비고 있다.
김포공항 국내선 출발장에는 여행용 가방과 함께 한우나 햄 선물세트 등을 들고 바삐 걸음을 옮기는 귀성객이 계속 몰려들고 있다.
국내선 청사 1층에 있는 카페는 비행시간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빈자리를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큰 배낭을 멘 채 카페에 들어가려다 자리를 못 잡고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
동편·서편 출발장에는 과일 박스나 선물세트를 든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다만 탑승권과 신분증 확인까지 걸린 대기 시간은 5분 내외로 그리 길지 않았다.
오전에는 다소 한산했던 국제선도 오후가 되자 여행 가방을 든 이들로 북적였다. 수속을 밟으려는 행렬로 항공사 카운터 앞에는 긴 줄이 이어졌다. 이동통신사 부스 앞에도 휴대전화 로밍을 신청하려는 이들이 길게 늘어섰다.
오수미(34·여)씨는 “결혼하기 전에 엄마, 언니와 함께 셋이서 여행하고 싶어서 떠나게 됐다”면서 “연휴 기간에 맞춰 3박4일 동안 중국 상하이 곳곳을 여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친구, 연인 등과 여행을 떠나는 젊은 층도 보였다. 대학생인 김지수(24·여)씨는 “집에서 명절을 크게 지내는 편이 아니어서 도쿄를 4박5일 일정으로 여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체휴일을 포함해 나흘간 이어지는 연휴에 여행을 떠나는 가족도 많았다. 항공권을 손에 쥔 채 부모에게 “비행기에서 자리 바꿔도 돼요?”, “얼마나 오래 타요?”라고 묻는 아이들도 눈에 띄었다.
아들·딸 가족과 함께 총 15명 대식구가 제주도로 여행을 떠난다는 김재관(77)씨는 “제사 대신 2박 3일 동안 제주도에서 맛있는 것도 먹고 가족끼리 오붓하게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교통연구원 교통수요조사에 따르면 설 연휴(26∼30일) 전국 예상 이동 인원은 3천115만명이다. 하루 평균 623만명으로, 총인원은 작년 설(2천981만명)보다 4.5%(134만명), 일평균은 평상시(348만명)보다 79%(275만명) 많을 전망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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