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자 “피울 곳 없다” 비흡연자 “갈 곳 많다”

흡연자 “피울 곳 없다” 비흡연자 “갈 곳 많다”

홍인기 기자
홍인기 기자
입력 2017-01-03 23:04
수정 2017-01-04 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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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실외 금연구역 5년 새 4배… 흡연권·혐연권 인식 차 여전

거리 금연면적 서울의 14%
실제로는 3분의1이 금연구역
서울시 “계속 확대해 나갈 것”
전문가 “세부 기준 만들어야”

3일 오전 서울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 출입구에 있는 개방 흡연실 앞으로 한 아이가 지나가고 있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3일 오전 서울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 출입구에 있는 개방 흡연실 앞으로 한 아이가 지나가고 있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사무실, 아파트와 같은 실내에서는 아예 담배를 못 피우잖아요. 실외 금연구역은 계속 늘리고… 어디서 피우라는 겁니까.”

3일 오전 서울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 7번, 8번 출입구 사이에 있는 개방 흡연실에서 만난 한모(49)씨는 “금연구역을 늘리는 건 상관없지만 흡연구역을 늘리지 않는다면 아무데서나 담배를 피우는 역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푸념했다. 반면 흡연실 옆을 지나던 직장인 김모(33)씨는 “유동인구가 많은 곳은 당연히 금연구역으로 정해야 한다. 지하철역에서 10m 이내는 금연구역인데 이곳 흡연실은 왜 출입구 바로 앞에 있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서울시의 실외 금연구역 면적이 5년간 4배 이상 확대되면서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흡연자는 금연구역이 워낙 넓으니 다른 곳에서 흡연이 가능하다는 입장이고, 비흡연자들은 정해진 흡연구역에서만 담배를 피우라며 맞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금연지역을 넓히는 것보다 유동인구, 흡연실 설치 가능성 등 세부적인 기준을 만들어 금연구역을 선정해야 준수율도 올라갈 것이라고 조언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전체 면적 605.26㎢ 가운데 지난해 말 기준으로 약 82.51㎢(14%)가 금연구역이다. 2011년 19.19㎢(3.2%)였던 것을 감안하면 5년 만에 4배 넘게 확대됐다. 금연구역 개수로 보면 2011년 670곳에서 1만 6984곳으로 25배나 늘었다.

그러나 이 수치도 공원, 광장, 거리의 금연구역 면적을 산정한 것에 불과하다. 측정 대상에서 제외된 대다수 금연빌딩과 아파트 등 주거복지시설, 가스충전소, 주유소, 버스정류장 및 주변 10m 구역, 어린이집, 학교 주변 50m 구역, 지하철역 출입구 주변 10m 구역 등을 포함하면 서울 전체 면적의 3분의1 정도가 금연구역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자치구별로 보면 노원구의 금연구역(거리, 광장, 공원) 비율이 전체 면적(35.4㎢)의 39.0%로 가장 많았고 서대문구(26.5%), 중랑구(21.1%), 은평구(20.4%), 종로구(19.8%) 순이었다. 아무래도 산이나 공원이 많은 지자체가 금연구역 비율도 높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당초 2014년까지 전체 면적의 21%를 실외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방침이었다”면서 “지하철역 출입구 등을 추가로 지정한 것처럼 금연구역 확대 기조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의 ‘무작정’ 금연구역 확대가 능사는 아니라는 반론도 거세다. 흡연자인 대학생 성모(21)씨는 “금연구역이 늘어나면 흡연구역도 늘어야 하는데 마치 범죄자를 대하듯 좁은 공간에 가두는 것은 문제”라며 “혐연권도 중요하지만 흡연권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성규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연구위원은 “흡연자 가운데 당장 금연이 불가능한 사람도 있어 실외 금연구역 지정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흡연에 대한 인식 전환 가능성, 흡연율 감소, 간접흡연 피해 정도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유동인구·흡연실 내 환경 등에 대해 구체적인 기준을 만들어 흡연구역을 설치해야 한다”며 “대신 금연구역에서는 담배 연기를 확실히 없애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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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2017-01-0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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