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마다 계란 구입 전쟁
대리 구입 성행…사재기까지빵집은 연말 대목 놓쳐 발 동동
식당엔 달걀찜·달걀말이 없애
살처분 영향으로 병아리 격감
생닭 가격 급등 가능성 커져
삶은 달걀 하나에 500원
26일 서울 시내의 한 가게에서 삶은 달걀 가격을 1개 500원으로 인상한다는 문구가 붙어 있다. 이전에는 3개 1000원에 팔았다.
안주영 기자 jya@seoul.co.kr
안주영 기자 jya@seoul.co.kr
경기 화성에 사는 김모(42·여)씨는 동네 육계가공품 매장에서 달걀을 예약 판매한다는 소식을 듣고 한 판 더 구매했다. “아이가 둘이라 달걀 소비가 많은데 요즘은 구하기도 힘들지만 비싸잖아요. 한 판에 4200원이면 싼 편이니까 넉넉히 샀죠.”
조류인플루엔자(AI)의 여파로 한 달 만에 달걀 가격이 40% 가까이 치솟자 예약까지 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빵집은 연말 대목을 놓쳤다며 발을 동동 구르고, 학교에 빵을 공급하는 데 차질이 생긴 경우도 있었다. 1인당 한 판씩만 파는 마트에서는 지인에게 달걀을 더 사 달라고 부탁하는 경우까지 생겼다.
서울 마포구에서 개인 제과점을 운영하는 홍모(42·여)씨는 달걀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크리스마스 케이크 예약을 받지 못했다. 그는 “달걀은 신선식품이라 쟁여 둘 수 없으니 케이크를 당일 판매만 했다. 가격도 당장 올릴 수 없어 매출이 크게 줄 것 같다”고 말했다. 강원도 횡성에 있는 한 제과업체도 이달 초부터 학교 급식으로 납품하던 빵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위약금 등으로 5000만원가량 피해가 예상된다”고 울상을 지었다.
일선 식당의 경우 달걀찜이나 달걀말이 등의 메뉴를 중단한 곳도 적지 않다. 하지만 대형 마트의 경우 달걀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 이상 늘었다. 불안 심리에 의한 사재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구에 사는 홍모(32)씨는 “그래도 마트가 수급이 제일 좋다고 해서 지인과 한 판씩 사려고 했는데 일행당 한 판만 살 수 있다고 하더라”며 “대리 구매가 워낙 많아 검사를 엄격히 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전했다.
AI로 병아리가 크게 줄면서 내년 1월 중순이나 2월 초부터는 생닭 공급에도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육계는 아직 AI 확진 판정을 받지 않았지만 AI 발병 농장에서 반경 10㎞ 이내에는 ‘병아리 입식’이 전면 금지됐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육계는 냉동육이 있어서 즉각 가격이 오르진 않겠지만 내년 초부터 생닭 가격이 급격하게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2016-12-27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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