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지진, 비슷한 규모로 계속되는 군발 지진 가능성”

“경주 지진, 비슷한 규모로 계속되는 군발 지진 가능성”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16-09-22 22:48
수정 2016-09-23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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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질자원硏·지구물리탐사학회 공동 긴급 심포지엄

지난 12일 규모 5.8의 지진 발생 이후 여진이 계속되는 경북 경주 지진은 단순히 전진, 본진, 여진의 개념이 아닌 비슷한 규모의 지진이 계속 일어나는 ‘군발(群發)성’ 지진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와 함께 활성단층은 약 258만년 전부터 현재까지 활동했던 기록이 남아 있는 ‘제4기 단층’을 이야기하는 것이지 지진이 당장 발생할 수 있는 ‘활동성 단층’이라는 개념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함께 나왔다.

22일 서울대 글로벌컨벤션플라자에서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한국지구물리·물리탐사학회가 공동으로 연 특별 심포지엄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이같이 지적했다. 이번 특별 심포지엄은 지난 12일 규모 5.8의 경주 지진 발생으로 ‘긴급진단 한반도 지진, 우리는 안전한가’라는 주제로 열렸다.

기조 강연자로 나선 이기화 서울대 지질학과 명예교수는 “이번에 발생한 지진에서 전진과 본진을 제외한 여진이 비슷한 규모로 계속 일어나고 있는 만큼 ‘군발 지진’일 가능성도 배제해서는 안 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군발 지진은 한 지역에서 본진이라고 할 만한 큰 지진 없이 비슷한 규모와 형태의 지진들이 수주에서 수개월에 걸쳐 일어나는 것으로 ‘지진군(群)’이라고도 부른다. 이 교수는 일반적으로 큰 지진이 발생한 뒤 여진은 숫자와 규모가 점점 줄어드는 경향이 있는데 최근 발생하는 여진은 그런 경향성을 볼 수 없기 때문에 군발 지진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또 이 교수는 ‘역사지진’에 대한 연구도 소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많은 지진학자들이 지진계를 통해 얻은 지진정보와 데이터에 대해서만 관심을 갖는데 역사지진을 통해 얼마나 큰 지진이 일어날 수 있는지도 예측할 수 있는 만큼 이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지진의 조기경보 시스템과 관련한 주제발표자로 나선 지헌철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장은 “자료를 얼마나 빨리 받을 수 있는가가 조기경보의 핵심인 만큼 지진관측소의 밀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지 센터장은 각종 구조물에 작은 지진계를 설치해 지진 발생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넓은 지역이 아닌 국지적으로 경보를 내릴 수 있는 ‘온 사이트 워닝’(On-Site Warning) 시스템 구축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기상청도 22일 오전 ‘지진 정밀분석 중간결과’를 발표하면서 조기경보 시간을 현재 50초 이내에서 10초 이내로 단축하기 위해 지진관측소를 현재 206곳에서 2018년까지 314곳으로 확충하기로 했다.

‘한반도의 활성단층’이라는 제목으로 주제발표를 한 최성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박물관장은 “월성원자력발전소 남쪽에 있는 읍천단층을 비롯해 수도권과 충청, 전남 등 전국에 활성단층(예전에 움직였던 단층)으로 추정되는 25개 단층이 자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활성단층이 무조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지질환경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라며 “원전 부지를 평가할 때 필요한 것은 활동성단층(현재 움직이는 단층)인지 아닌지의 문제”라고 말했다. 앞서 전날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은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우리나라에 현재 활성단층이 450개 이상인데 25개밖에 조사가 안 된 상태”라고 말한 바 있다.

원전의 안전성 평가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최인길 한국원자력연구원 종합안전평가부 책임연구원은 “지난해 운영을 시작한 신고리 3호기가 규모 7.0 지진에 대한 내진 설계가 돼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규모 6.5의 지진에 맞춰 건설돼 있다”며 “원전은 설계 기준이 넘는 지진에 대해서도 안전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고 주기적인 내진평가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원자력안전법령에서 원전 시설은 규모 6.5의 지진에 대비해 구조적으로 안정성을 갖춰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최 박사는 “역대 최대 규모의 경주 지진 발생으로 국내 원전의 내진 안전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관측자료와 각종 데이터를 확보해 신뢰도가 높은 평가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2016-09-23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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