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 지진·폭우 엎친 데 덮쳐…경주·경북 시민들 불안감에 ‘뜬눈’

5.8 지진·폭우 엎친 데 덮쳐…경주·경북 시민들 불안감에 ‘뜬눈’

한준규 기자
입력 2016-09-19 23:08
수정 2016-09-20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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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만에 또… 흔들린 한반도

시민들 긴급 대피·자율학습 중단
경주 식당 손님들 도로로 뛰쳐나와
대구 20층 아파트서 고함·비명도
서울·인천 흔들… 사직구장도 감지
용량 80배 늘린 안전처 홈피 먹통
전국서 1만여건 신고전화 빗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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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주에서 지진 발생 일주일 만에 규모 4.5의 강한 여진이 발생한 19일 울산 남구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 인근 지역주민들이 대피해 있다. 울산 연합뉴스
경북 경주에서 지진 발생 일주일 만에 규모 4.5의 강한 여진이 발생한 19일 울산 남구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 인근 지역주민들이 대피해 있다. 울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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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경북 경주에서 규모 4.5의 여진이 발생하자 부산 사직구장에서 야구 중계를 하던 방송사 중계카메라가 흔들리는 영상을 내보냈다. 사진은 지진 발생 시 대피 요령을 안내하는 전광판 모습. 롯제자이언츠 제공
19일 오후 경북 경주에서 규모 4.5의 여진이 발생하자 부산 사직구장에서 야구 중계를 하던 방송사 중계카메라가 흔들리는 영상을 내보냈다. 사진은 지진 발생 시 대피 요령을 안내하는 전광판 모습. 롯제자이언츠 제공
지난 12일 규모 5.8의 지진이 난 경북 경주 인근에서 19일 오후 또다시 강한 여진이 이어지면서 지역 주민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날 오후 8시 33분 진앙과 가장 가까운 경주 시민들이 진동을 느끼자마자 집 밖으로 긴급히 대피했다. 경북도 소방본부와 대구시 소방본부에는 지진 신고가 폭주했다.

경주시 성건동 동국대 경주캠퍼스 인근 식당에서 저녁을 먹던 최모(70)씨는 “갑자기 건물이 5~6초간 심하게 흔들려 식당 손님 모두 도로로 뛰쳐나왔다”면서 “도로에는 인근 식당가에서 놀라 뛰쳐나온 사람들로 가득했다”고 말했다. 대구 수성구에 사는 안연희(55·여)씨는 지난 지진 이후 선반 위의 위험한 물건을 모두 치워 놨다. 안씨는 “20층짜리 아파트 16층에 사는데 지진이 난 뒤 고함과 놀라서 지르는 비명도 들렸다”며 “건물 전체가 좌우로 흔들리는 느낌이었고, 발바닥에서 진동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대구시교육청은 지진 발생 직후 대구 지역 고교에 학생들을 귀가시키도록 지시했다. 부산시교육청도 야간 자율학습을 하는 학생들을 대피시키거나 안전 조치를 취하는 데 주력했다. 해당 교육청 관계자는 “일단 학생들을 운동장으로 대피시켰으며, 진동이 완전히 멈췄다고 판단된 이후 귀가 지시를 했다”고 말했다.

관련 문의도 곳곳에서 잇따랐다. 경북도와 대구시에는 5000여건, 울산소방본부에도 1220여건 등 전국적으로 1만 1381건의 신고 전화가 이어졌다. 또 넥센 히어로즈와 롯데의 프로야구 경기가 열리고 있던 부산 사직구장에서도 지진동이 감지됐지만 경기는 그대로 이어졌다. 고리원전 등 경주 인근 원전은 정상 가동됐다. 한수원은 ‘B급 경계령’을 내리고 모든 직원이 비상 근무 했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도 지진이 감지됐다. 직장인 이모(28·여)씨는 “회사가 있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퇴근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쿵 하는 듯한 진동이 느껴졌다”며 “깜짝 놀랐지만 물건이 떨어지진 않았고 어항에 잔물결이 퍼지는 정도의 진동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처음엔 지하철이 지나가서 그런가 싶었는데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니 경주에서 지진이 또 났다고 해서 놀랐다”고 말했다.

다행히 피해 신고는 많지 않았다. 대구 4건, 울산 5건, 경북도 2건 등 모두 11건이라고 국민안전처는 집계했다.

국민안전처의 재난문자와 방송의 늦장 대처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지난 12일 강진 때보다 나아진 것이 없었다. 기존 용량보다 80배가량 늘려 재난 발생 시 접속 폭주에 대비했다고 밝혔지만 지난 12일과 똑같이 먹통이 됐다.

지진 발생 9분 만에 보냈던 재난문자는 이번 여진 때는 3분여 늦은 12분 만에 보내졌다. 대구 동구에 사는 손모(31)씨는 이날 발생한 지진으로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하다 아파트 밖으로 뛰쳐나왔다. 손씨는 “창문이 흔들리고 건물 전체가 울렁일 정도로 큰 지진이었지만 재난문자는 물론 대피방송 등은 없었다”면서 “도대체 안전처는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지 알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주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서울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2016-09-2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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