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 연합뉴스
교육부는 술자리에서 “민중은 개·돼지와 같다”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나향욱 정책기획관(47)에게 9일 대기발령을 내렸다. 교육부는 나 기획관이 부적절한 언행으로 국민에게 심려를 끼쳤다고 판단하고, 경위조사를 거쳐 이같이 조치했다.
교육부는 “나 정책기획관이 과음한 상태에서 기자와 논쟁을 벌이다 실언한 것”이라며 “소속 공무원의 적절하지 못한 언행으로 국민에 심려를 끼쳐 드린 데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는 입장을 전했다.
국민의당은 이날 논평을 통해 “(나 기획관의 발언은) 실로 경악을 금치 못할 망언으로 한국 교육부의 고위 관료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면서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에 대해 즉각 파면을 촉구했다.
정의당 또한 “국민들을 동물에 비유하고 신분제를 신봉하는 듯한 말이 섬뜩하다”면서 “얼마 전 ‘천황폐하 만세’를 외치는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장과 ‘학생들은 빚이 있어야 한다’는 한국장학재단이사장의 망언이 국민들의 분노를 유발했다”라고 박근혜 정부 이래 고위공직자의 망언이 일상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충격을 넘어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면서 발언 당사자인 나 기획관을 비롯해 교육부의 대대적 쇄신을 주장했다.
앞서 지난 8일 경향신문에 따르면 나 기획관은 전날 서울 종로의 한 식당에서 기자와 식사하던 중 “신분제를 공고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나 기획관은 영화 ‘내부자들’의 대사를 인용, “민중은 개 돼지로 보고 먹고 살게만 해주면 된다”, “어차피 다 평등할 수는 없기 때문에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교육부의 고위 간부가 “신분이 정해져 있으면 좋겠다. 미국을 보면 흑인이나 히스패닉, 이런 애들은 정치니 뭐니 이런 높은 데 올라가려고 하지도 않는다”면서 신분제에 대한 ‘소신’을 밝힌 것은 네티즌들의 공분을 샀다.
네티즌들은 주요 포털사이트를 통해 “이런 사람이 교육을 만드니 교육이 이 모양”, “할 말 못할 말 구분도 못하는 놈을 정책기획관에 앉혀놓을 수가 있나. 교육부 수준이 눈에 보인다”, “개 돼지만도 못한 놈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오바마가 백인이었구나. 몰랐네요” 등의 댓글을 남겼다.
2~3급 고위공무원에 해당하는 교육부 정책기획관은 교육부의 주요 정책을 기획하는 핵심 보직이다. 나 기획관은 행정고시 36회 출신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행정관으로 일했고 교육부 대학지원과장, 지방교육자치과장 등을 거쳐 올해 3월 정책기획관으로 승진했다.
나 기획관은 저녁식사 후 대변인과 함께 경향신문 편집국을 찾아와 “과음과 과로가 겹쳐 본의 아니게 표현이 거칠게 나간 것 같다. 실언을 했고, 사과드린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논란은 쉬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