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하상욱, 강예원, 황찬성
사진=스포츠서울
‘강남역 살인사건’ 가해자에 대한 분노와 피해자를 향한 추모의 글을 올린 유명인사들의 SNS를 모아봤다.
1. 배우 강예원
“어떻게 이런일이.. 피해는 한명의 여성이 당했고 범인은 한명의 남성이지만 우리 모두가 희생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개인들의 문제로 치부하기엔 사안이 중대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 래퍼 키디비
‘나는 너다. 너의 죽음은 곧 나의 죽음이기도 하다’고 쓰인 강남역 메모사진을 게재한 키디비.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애도의 뜻을 밝혔다.
3. 2PM 황찬성
“뭐라고 말을 해야할까. 정말 저열하다. 같은 남자였다면 그랬을까. 그 행동을 할 수 있게 한 동기의 점화선에 불이 붙은 건 여자였기 때문이다. 우발적 사고가 아닌 선택이었다. 본인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제대로 뼈저리게 느꼈으면.. 그리고 이 사건은 그 개인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우리 사회가 가진 문제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우리 중에 저런 사람도 있고, 자연스럽게 우리와 어울리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4. 작가 하상욱
“‘여자에게 무시 당했다’라는 말이 ‘여자에게까지 무시 당했다’로 보였다. 무시 당했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자기가 무시하고 있었기 때문에 여자에 대해서는 참기 싫었겠지. 혐오했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차별하고 있던 거겠지”
5. 작가 곽정은
“얼마나 아팠을까. 얼마나 놀라고 얼마나 우울했을까... 아침부터 지금까지 우울하고 마음이 너무 안좋다. 강연하러 갔던 대학교의 구석진 화장실에서도 아침에 들른 어둑한 공영주차장에서도 내내 이 슬픈 죽음을 떠올리며 심장이 오그라들고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그저 화내고 혼자 우는 것으로 멈추지 않을 것이다. 글을 쓰고, 사람을 모으고, 소리치고, 떠들고 행동할 것이다. 그저 운이 좋아 이제껏 살아남은 사람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할 것이다. 가슴 깊이..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6. 가수 제리케이
“당신의 어머니, 딸, 동생, 여자친구, 아내일수도 있다는 문장은 멍청이들도 혹하게 만들기 위한 가장 낮은 수준의 설득이다. 문명사회라면 ‘같은 인간이기 때문에’로 충분해야 한다. 물론 여긴 너무 아니다. 방금 트윗을 쓰며 다시 느꼈다. 남성에겐 어머니, 딸, 여자친구, 애인, 아내일수도 있는 일이지만, 여성에겐 ‘나’일 수도 있는 일이란 걸. 트위터를 본다. RT되어 넘어오는 갖가지 경험담들에 깜짝 놀란다. 왜냐면 난 남자라서 당해본 적이 없거든. 그리고는 분노한다. 그렇다고 그 분노가 공포로 전이되지도 않는다. 왜냐면 난 남자라서 두려워할 필요가 없거든. 덜 조심해도, 덜 겁내도 되는 삶은 특권이다. 남자라는 이유로 얼마나 큰 특권을 누리고 살았는지 다시 한 번 깨닫는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6. 프로레슬러 겸 격투기 해설가 김남훈
“‘묻지마 살인’이 아니라 ‘여성차별 살인’이 맞는 것 같다. 더 정확한 명칭이 있다면 그것을 사용하는 식으로 이런 사건을 제대로 분석하고 대응방안을 찾아야 한다. ‘묻지마’라고 하는데 제가 화장실 들어갔어도 그랬을까요”
“택시를 잡아타서 꾸벅꾸벅 졸며 ‘다 왔습니다’라는 말에 정신 차리고 내리는 이런 행동들이 ‘남자만 가능한 나라’는 ‘살기 좋은 문명국’이라고 부르기 어렵다”
7. 영화 감독 이송희일
“여자라서 살해된 것이다. 우발적인 게 아니라, 만만해서 살해된 것이다. 페미사이드(femicide 여성살해). 단지 한 여성이 살해되었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자행된, 그리고 앞으로 자행될지도 모를 수많은 여성들의 죽음을 의미한다. 남아선호에 의한 여아 살해부터 데이트 살해와 이주 여성과 성 노동자 살해, 그리고 강남역 사건처럼 익명의 육체를 멸하는 상징적 살해까지. 가해자들은 한결같이 “우발적으로”, “여자가 무시해서”, “말을 듣지 않아서”와 같은 변명을 녹화 테잎처럼 답습해왔을 뿐이다. 이처럼 명확한 젠더살인에 대해 일반화하지 말라고 거품 무는 놈들은 한국 여성들이 밤에 느끼는 그 거대하고도 일반적인 공포를 생각하면서 입을 닥치는 게 좋다. 여기는 구조화된 젠더 폭력의 세계이고, 밤 골목에 바늘 떨어지는 소리에도 소스라치는 여성들의 공포를 방조하는 세계다. 범죄자를 ‘사이코패스’화하고 그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건 권력을 가진 자들이 극명한 정치적 모순을 가리기 위해 선택하는 가장 뻔뻔한 위장술이다”
큐레이팅뉴스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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