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경 변화 유도 겨냥…결과물 신뢰도 높으면 법적 증거로 활용

친모의 가혹행위로 숨진 네 살배기 의붓딸의 시신을 암매장한 혐의로 구속된 안모(38)씨가 22일 거짓말 탐지기 검사를 받았다.

심전도 검사처럼 생리적 반응을 체크하는 방식이다. 주어진 질문에 대답할 때의 심리적 상태 변화를 체크, 거짓말을 하는지를 가리는 것이다.

거짓말 탐지기가 동원된 것은 그가 지목한 야산을 2차례에 걸쳐 대대적으로 수색했는데도 안 양의 시신이 나오지 않으면서 경찰 수사가 답보 상태이기 때문이다.

안씨가 지목한 충북 진천의 한 야산이 시신을 정말 암매장한 장소인지, 의붓딸 안양이 숨지기 전 계부인 그가 안양을 학대했던 정황은 없었는지 등을 파악해 보자는 게 경찰의 생각이다.

시신을 유기한 안씨 혐의는 이미 경찰에서 밝힌 그의 자백을 통해서도 입증이 가능하다.

경찰이 거짓말 탐지기 검사에 나선 것은 안씨의 심경 변화를 이끌어 내 더 많은 진술을 끌어내려는 의도다.

거짓말을 하다가 들통나게 되면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회피하던 자기방어적 자세를 내려놓고 진실을 털어놓게 되고, 이 과정에서 안양 시신 유기 사건을 풀 수 있는 유력한 단서가 튀어나올 수도 있다.

거짓말 탐지기 검사 결과는 법정에서 범행을 입증할 유력한 증거가 되기도 하는데, 3가지 조건이 무조건 성립돼야 한다.

거짓말을 하면 반드시 일정한 심리 상태의 변화가 생겨야 하고, 그 심리 상태의 변화가 반드시 생리적 반응을 일으켜야 하며, 그 생리적 반응으로 피검사자 말의 진위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거짓말을 하면 항상 똑같은 생리적 반응이 나와야 한다는 것인데, 거짓말 탐지기가 억울한 사람을 잡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이런 요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형사소송법상 거짓말 탐지기 검사 결과에는 증거 능력이 부여되지 않는다. 법원도 이런 조건이 일치할 때에만 제한적으로 증거로 채택하고 있다.

경찰은 의붓딸의 시신을 진천 야산에 묻었다는 안씨의 말이 이번 검사에서 ‘거짓말’이 아닌 것으로 나오면 1∼2번 더 동일 장소에서 시신 수색에 나설 계획이다.

경찰은 설령 안양의 시신을 수습하지 못하게 되더라도 거짓말 탐지기 검사 결과의 정확도가 높게 나타나면 안씨의 혐의를 입증하는 부가적인 증거 자료로 이 결과를 제출하겠다는 입장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