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치료 이유로 신상 털렸던 건양대병원 의사
28일 한국 사회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로부터 공식적인 ‘해방’을 맞았다.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70일째다. 그동안 우리 국민들은 공포에 떨며 정부의 무능에 분노하고 억울한 고통, 눈물, 한숨들과 마주해야 했다. 건강했던 어머니를 20일 만에 여읜 딸<서울신문 6월 13일자 5면>, 메르스와 사투를 벌이면서도 정작 가족들은 고통을 겪어야 했던 ‘메르스 의사’<서울신문 6월 19일자 1면>. 이들은 메르스가 남긴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다. 그들을 다시 만나 봤다.경기 평택성모병원을 경유한 16번째 환자를 치료하다 자가 격리 대상이 됐던 건양대병원 호흡기내과 박모(가명) 교수는 28일 정부의 메르스 종식 선언을 착잡한 마음으로 지켜봤다.
●“이제라도 제대로 된 대책으로 방역망 확충”
그는 ‘메르스 감염 환자를 치료한 의사’라는 낙인 때문에 10대 자녀들의 신상 정보가 인터넷에 무차별 노출된 피해 당사자이기도 하다.
박 교수는 “메르스는 기존 독감과는 차원이 다른 병인데, 우리 사회 전체가 너무 만만하게 봤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호흡기내과 전문의인 저조차도 미국 정부가 에볼라에 감염된 자국인을 관리하는 모습을 TV로 보며 ‘과하다. 저럴 필요까지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메르스 사태를 겪어 본 지난 70일 동안 ‘당연히 과하다 싶을 정도로 대처해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메르스가 내년에도 한국에 유입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며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는 백신 개발이 어렵다면 제대로 된 대책을 강구해 앞으로 또다시 방역망이 뚫리는 사태는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분별한 면회 등 후진적 간병문화 여전”
총력 비상체제에 들어갔던 건양대병원은 아직까지 감염병 대책회의는 하고 있지만 거의 일상을 회복한 상태다. 박 교수는 “그나마 다행인 것은 병원들에 큰 가르침을 주었다는 점”이라며 “우리 병원도 최근 홍콩에서 유행해 100여명의 사망자를 낸 홍콩독감 대비책을 선제적으로 세우기 시작하는 등 2개월 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그러면서도 “메르스 사태 이전이나 지금이나 무분별한 입원실 면회와 다인실의 보호자 간호 등 후진적인 ‘간병 문화’는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지적했다. “아직까지 선별진료소가 운영되는데도, 보호자들이 환자를 보러 오는 빈도는 예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어요. 어떻게 해야 바꿀 수 있을까요.”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2015-07-2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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