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문건’에 연락책 등장…회동 장소 알려진 식당 3곳 압수수색청와대 통화기록 제출 요구’국정개입’ 의혹 수사 속도
’비선실세’로 알려진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의혹을 담은 문건의 유출 과정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4일 오후 김춘식 청와대 기획비서관실 행정관을 고소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했다.검찰은 또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에게 이르면 5일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해 조사받도록 통보했다.
김 행정관은 명예훼손 사건의 고소인 자격으로 형사1부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정씨 얼굴도 본적이 없고 문건에 등장하는 식당에는 가본적도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청와대에 고소인들의 통화 내역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2일 청와대 고소대리인을 불러 고소장 내용을 확인한 뒤 고소장에 이름을 올린 8명의 행정관, 비서관들 중에 1~2명이 직접 나와서 고소인 조사를 받도록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 문건 내용 실체 파악 주력 = 세계일보는 지난달 28일 ‘靑 비서실장 교체설 등 관련 VIP측근(정윤회) 동향’이라는 문건을 보도했다.
문건은 이재만, 정호성, 안봉근 비서관 등 핵심 3인을 포함한 비서진 10명을 ‘십상시’로 표현하면서, 이들이 정씨와 서울 강남의 중식당 등에서 지난해 10월부터 정기적인 모임을 하고 김기춘 비서실장 교체 등을 논의했다는 내용이 적시돼 논란이 됐다.
청와대는 당일 이재만 총무비서관 등 8명 명의로 세계일보 사장과 편집국장, 기자 등 6명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고소인 중에는 핵심 3인 외에 신동철 정무비서관, 조인근 연설기록비서관 등 오랫동안 박근혜 대통령을 보좌한 참모들과 음종환 홍보기획비서관실 행정관, 김춘식 행정관, 이창근 제2부속실 행정관 등이 포함돼 있다.
이들은 모두 문건에 ‘십상시’ 멤버로 표현됐다.
검찰은 문건에 ‘연락책’으로 등장한 김 행정관을 상대로 실제 강남 식당에서 열린 모임에 참석했는지, 정씨와 통화한 적이 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검찰은 정씨와 청와대 10인의 모임이 실제 있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이들이 모인 것으로 언론에 보도된 서울 강남의 중식당 등 식당 3곳을 압수수색해 예약, 결제 내역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식당 관계자들도 불러 정씨와 청와대 인사들이 모임을 했는지도 확인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정기 회합을 했느냐 하는 내용에 대해 파악해야 한다. 회합이 있었는지를 봐야 수사가 다음 단계로 갈 수있다”며 문건 내용의 진위 파악에 주력할 방침임을 내비쳤다.
◇ 박관천 경정 출석…검찰, 영장 검토 = 검찰은 문건의 작성자로 알려진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인 박관천 경정을 우선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형사1부에서 조사했다.
검찰은 문건 작성 과정을 조사한 뒤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특수2부에서 문건 유출과 관련된 혐의를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밤늦게까지 박 경정을 조사한 뒤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등을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검찰은 또 박 경정이 청와대에 근무할 때 직속상관이었던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을 이르면 5일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문건 작성 경위와 지시 여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조 전 비서관은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 중인 형사1부와 문건 유출을 수사하는 특수2부에서 모두 조사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는 최근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박지만 EG그룹 회장과 관련해 ‘(박 경정이) 자신이 작성했던 문건만 출력해서 들고 나갔다고 하더라’라며 문건 유출 상황을 인식하고 있음을 밝혔다.
검찰은 조 전 비서관을 상대로 박 경정이 작성한 문건 내용의 실체도 확인할 방침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6할 이상 신빙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검찰은 박 경정의 사무실 노트북에서 파일 일부가 삭제된 흔적을 포착하고 데이터를 복원했으며, 파일을 삭제한 도봉서 경찰관도 조사했다.
도봉서 관계자는 “이번 사건과는 관련 없지만 압수수색이 예견 가능한 상황에서 굳이 검찰에게 보여주고 싶지는 않은 서울청 내부 보고용 문건이었다. 삭제 파일은 현장에서 복구 프로그램을 돌려 바로 복구했다”고 해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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