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비운 朴대통령, ‘정윤회 문건’ 대처 고심

일정 비운 朴대통령, ‘정윤회 문건’ 대처 고심

입력 2014-12-04 00:00
수정 2014-12-04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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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쇄신’ 통한 국정운영 돌파구 마련할지 주목조기사태 수습 못하면 국정과제 골든타임 놓쳐

’정윤회 국정개입 논란’을 불러일으킨 문건유출 파문이 확산되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은 4일 공식 일정을 잡지 않은 채 청와대에 머물렀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일정을 비운 것은 11∼12일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준비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민경욱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이 회의에 참석한 10개국 정상과 시간 단위로 회담을 하는 만큼 최근 행사를 줄여가며 공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 내에선 ‘정윤회 문건’으로 촉발된 비선실세 권력암투설 등에 대해 상당히 불편해하고 있는 박 대통령이 악화일로인 상황을 점검하며 대처방안 마련에 부심중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문고리 권력’으로 지칭되는 핵심비서 3인방과 자신의 국회의원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정 씨가 논란의 한가운데 섰고, 자신의 동생인 박지만 EG회장도 권력암투설의 한 축으로 언론 지면에 오르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민감한 내용을 담은 청와대 문건 유출로 이번 사태가 촉발된 만큼 공무원사회의 모범이 돼야 할 청와대가 공직기강 시스템의 붕괴와 내부 갈등이라는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내게 됐다는 점이 박 대통령의 고민을 깊게하고 있다는 것이 주변 인사들의 설명이다.

게다가 박 대통령은 지난 1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문건유출을 국기문란 행위로 규정했지만, 문건작성의 지휘라인에 있었던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은 청와대를 향해 “이번 사건의 본질은 문건유출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를 두고 청와대 내에서는 자조의 목소리까지 나온다. 전 청와대 비서관이 대통령의 상황인식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드는 등 청와대가 상황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와서다.

이처럼 정윤회 문건으로 빚어진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과 일각에서 감지되는 권력누수 현상은 집권 3년차를 맞게 되는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3년차를 앞두고 강하게 밀어붙이려고 했던 공무원연금개혁은 물론 ‘단두대에 올려’ 처리하겠다던 규제개혁 및 일자리창출 등이 자칫 ‘정윤회 문건’ 쓰나미에 표류할 지경에 처했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이번에 사태를 조기 수습하지 못하면 그동안 수없이 강조해온 각종 국정과제의 골드타임을 허비할 위기인 것이다.

이날 현재까지는 청와대는 일단 제기되는 모든 의혹을 검찰 수사에 맡겨 시시비비를 가린 뒤 대처방안을 모색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이번 사태가 비선실세간 권력암투가 아니라 정씨의 국정개입을 의심한 조 전 비서관과 전 청와대 행정관인 박관천 경정의 과욕에서 발생한 사달임이 드러날 것이라는 판단도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이미 내부PC 접속, 출력, 복사기록 등을 분석해 문건 작성자인 박 경정이 PC에서 다수의 문건을 출력한 사실을 확인했고, 유출자로 사실상 박 경정을 지목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해놓은 상황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비록 관련 검찰수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상황의 심각성을 감안하면 청와대가 적극적으로 사태수습에 나서야 한다는 견해가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인적쇄신’을 통해 정국돌파 카드가 그것으로, 집권 3년차를 앞둔 시점에서의 파문을 계기로 내각과 청와대 참모진을 일신해 국면전환에 나섬으로써 국정쇄신을 위한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여당인 새누리당 일부 인사들과 언론들은 핵심 비서 3인방이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부담을 주는 상황이라며 이들의 책임론을 거론하고 나섰다.

또 조 전 비서관 주장과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 실장은 지난 1월초 박관천 경정이 작성한 문건을 토대로 조 전 비서관으로부터 관련 내용을 보고받았고, 문건유출과 관련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정황이 제기돼 이래저래 책임론이 커지는 상황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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