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충북서 부모 학대 379건…”나홀로 명절, 오히려 고통”
충북 충주에 사는 김모(73) 할머니는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추석을 ‘나홀로’ 지낼 생각에 외로움과 슬픔이 앞선다.이웃에 사는 친구들은 벌써 자식, 손주들이 내려온다는 연락을 받고 용돈을 준비하며 한껏 들떠 있지만 김 할머니에게는 그저 먼 나라 얘기일 뿐이다.
김 할머니에게도 올해 50살 된 외아들이 있다.
그러나 술만 마시면 폭력과 행패를 일삼는 탓에 알코올치료 전문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명절을 앞두고 찾아가볼까 생각도 해봤지만 이내 접었다. 언제부턴가 시작된 이들의 학대와 폭행에 호되게 시달렸던 터라 선뜻 자식을 마주할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김 할머니는 “어미도 못 알아보고 수시로 손찌검하는 아들 때문에 극단적인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며 “명절 아침에 자식하고 단란하게 밥 한 끼 먹는 게 소원이지만 지금은 그저 추석이 빨리 지나가기만 바랄뿐”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남편과 20여년 전 이혼하고 충주에서 홀로 사는 이모(68) 할머니는 자식에게 버림받은 채 시력을 잃고 생활하다 최근에야 이웃의 신고로 노인보호전문기관의 보호를 받기 시작했다.
이 할머니는 쓰레기로 가득 찬데다 가스나 난방 시설이 전혀 가동되지 않는 골방에서 수십년을 홀로 생활해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자식에게 학대당하거나 외면받은 채 ‘외로운 명절’을 보내는 노인들이 계속 늘고 있다.
2일 충북 북부 노인보호전문기관 등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확인된 충북의 노인 학대 건수는 2011년 133건, 2012년 152건, 지난해 140건으로 해마다 100건 이상 접수됐다.
올해 역시 지난 1∼7월까지 상반기에만 95건에 달했다.
학대를 가한 사람 중 42%가 아들이었고, 배우자 16.8%, 딸 9.9%, 며느리 7.9% 등으로 그 뒤를 이었다.
유형별로는 정서적 학대가 37.3%로 가장 많았고, 신체적 학대 33.8%, 방임 25.4%, 경제적 학대 2.32% 등이었다.
학대받거나 방치된 노인들은 가족 간의 정을 느끼는 명절에 상대적 박탈감이 더 크기 마련이어서 오히려 ‘마음의 병’을 앓는 명절 증후군을 겪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충북북부노인보호전문기관의 관계자는 “고령화 사회가 지속하면서 부양에 대한 경제적인 부담이 증가하고, 경기 침체로 당사자의 노후 대책마저 어려워지면서 부모 학대가 점차 늘어나는 양상”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피해를 봤어도 드러내지 않는 특성을 고려하면 실제 노인 학대는 파악된 것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황명구 청주지역자활센터장은 “명절에 가족의 학대나 방치 속에 홀로 지내는 노인들이 늘고 있다”며 “이웃과 비교돼 명절에 더욱 심한 우울증을 겪을 수 있는 만큼 이웃들이 더 따뜻하게 돌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