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폭행한 점 입증해야”
선임병으로부터 한 달 넘게 상습적인 폭행과 가혹행위를 당한 끝에 육군 윤모 일병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국방부가 살인죄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실제로 살인죄로 처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4일 법조계에 따르면 살인죄를 적용하려면 ‘고의성’이 입증돼야 한다.
가해자들이 윤 일병을 폭행하면서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는 점만으로는 부족하고, 죽어도 상관없다는 생각까지 했어야 살인죄 적용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수사가 어느 정도 됐는지를 봐야 하겠지만 살인죄를 적용하려면 미필적 고의, 즉 폭행을 하면서 죽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고 말했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도 “고의성 입증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이 판사는 “피의자가 살인의 고의성을 자백하지 않으면 여러 가지 객관적 사정으로 고의성을 입증해야 한다”며 “통상 이런 경우 흉기를 사용했는지, 공격한 부위가 머리나 심장, 목처럼 치명적인 곳인지 등이 고려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속적인 학대 행위가 있었더라도 흉기같이 위험한 물건을 쓰지 않았고, 군 검찰이 밝힌 것처럼 폭행 후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는 등 피해자를 살리려고 노력했다면 살인의 고의성을 입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도 “가해자들이 윤 일병에 대한 분노가 극에 치달아 ‘살의’를 가지고 폭행했다면 살인죄 적용이 가능할 수도 있다”면서 “핵심은 고의성 입증”이라고 말했다.
이 부장판사는 “폭행의 정도도 살인죄 적용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며 “상식적으로 피해자를 죽음에 이르게 할 수밖에 없는 정도의 폭력을 가했다면 살인이라고 보는 것이 확립된 판례”라고 덧붙였다.
경기도 연천 28사단 소속 윤 일병은 선임병들의 가혹행위와 폭행에 시달린 끝에 지난 4월 숨졌다.
군 검찰은 가해 병사들을 상해치사와 공동폭행 등의 혐의로 기소했지만, 국방부는 잔혹한 범죄 행위에 대한 여론의 질타가 잇따르자 살인죄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상해치사죄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이론상으로는 유기징역 상한선인 최고 30년까지 선고할 수 있다.
살인죄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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