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전모 파악하고도 3개월 ‘쉬쉬’…국방부 “전면 재조사”
28사단 윤모(21) 일병이 부대 전입 이후 선임병들로부터 상습적인 폭행 및 가혹행위를 당하다가 집단구타로 사망한 사실을 군 당국이 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군(軍) 수뇌부 문책론이 확산하고 있다.국방부가 4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제출한 28사단 사건 관련 현안보고 자료를 보면 지난 4월 6일 오후 윤 일병이 선임병들의 집단 폭행으로 쓰러지자 “윤 일병이 음식물 취식 중 의식을 잃었다”고 소속 대대 지휘통제실로 보고됐다가 당일 밤 선임병들의 폭행으로 윤 일병이 쓰러졌다고 정정 보고됐다.
28사단 헌병은 다음날인 4월 7일 선임병들이 사고 당일 윤 일병을 어떻게 폭행했는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했고, 군 검찰이 5월 2일 피의자를 기소할 때는 윤 일병에게 치약을 먹였으며, 매일 야간에 지속적인 폭행 및 가혹행위가 있었고 간부가 폭행을 방조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그러나 군 당국은 사고 발생 다음날 ‘윤 일병이 선임병들에게 맞고 쓰러진 뒤 음식물에 기도가 막혀 숨졌다’고 언론에 알렸을 뿐, 이후 윤 일병이 당한 상습적인 폭행 및 가혹행위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5월 22일 이후 상해치사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선임병들에 대한 3차례에 걸친 심리공판이 진행되는 동안 윤 일병의 유족들이 수사기록을 요구했지만 군 당국은 제공하지 않았다. 군 당국이 사건의 심각성을 은폐하려고 한 것 아니냐고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군 당국이 사건의 전모를 파악한 뒤 3개월 가까이 지난 7월 31일 군 인권센터의 기자회견을 통해서야 윤 일병 사망사건의 심각성이 외부에 알려지게 됐다.
여야 정치권은 한 목소리로 군 당국의 28사단 윤 일병 사망사건 은폐 의혹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지휘 계통을 통해 제대로 보고됐는지, 쉬쉬하고 덮으려 한 건 아닌지 철저히 진상을 조사하고, 책임질 사람은 모두 일벌백계로 다스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이례적으로 한민구 국방장관을 참석시킨 가운데 원내대책회의를 열고 “국방부의 은폐 축소가 문제를 키웠다”며 “사건 발생시점이 4월 7일(윤 일병 사망일)인데 국방부는 4월 9일 단순폭행사건으로 진실을 은폐했다. 7월31일 시민단체의 회견이 없었다면 영원히 묻혔을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군 당국의 28사단 윤 일병 사망사건 은폐 의혹으로 군 수뇌부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국방부 홈페이지에서 한 누리꾼은 “일개 간부들만 처벌하고 병영 내 폭행을 방관한 육군총장도 사직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다른 누리꾼은 “제 식구 감싸는 데만 골몰하는 국방부 장관은 물러나시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윤 일병 폭행 사망사건 은폐 의혹과 관련,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 우리 군 차원에서 전면 다시 조사한다고 (국방)장관이 국회 국방위원회에 보고했다”며 “이와 함께 여러 (지휘)계선상에서 잘못된 것이 있다면 다 확인해서 그에 합당한 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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