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여객선 결항 계속…정전·시설물 파손
3일 태풍 나크리의 영향권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는 제주는 한라산에 1천㎜가 넘는 물 폭탄이 쏟아져 관측 이래 최다 강수량을 기록하는 한편 항공기와 여객선 운항중단, 정전과 유리창 파손 등 피해가 잇따랐다.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제주도 해상에 태풍경보가, 육상에는 태풍주의보가 발효 중인 가운데 지난 1일부터 이날 오전 6시 현재까지 한라산 윗세오름 1천480㎜(2일 1천182㎜)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또 진달래밭 1천55㎜(2일 840.5㎜), 어리목 786㎜(2일 620㎜), 성판악 565㎜(2일 430.5㎜) 등 한라산에 많은 비가 내렸고 다른 곳은 제주 124㎜, 서귀포 164.5㎜, 성산 90.2㎜, 고산 42.9㎜의 누적 강수량을 보였다.
2일 하루동안 윗세오름에 내린 강수량(1천182㎜)은 한라산(윗세오름·진달래밭)에 자동기상관측장비(AWS)가 설치된 2002년 12월 이후 일 강수량으로는 최다 기록이다. 역대 한라산 일 강수량 최다 기록은 태풍 메기가 내습한 2004년 8월 18일의 878.5㎜(윗세오름)이다.
제주는 오전 3시 현재 목포 서남서쪽 약 170㎞ 부근 해상에서 북북동진하고 있는 태풍의 직접적인 영향권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항공기와 여객선 운항이 정상화되지 못하고 있다.
제주공항은 윈드시어와 태풍특보가 이틀째 이어져 항공기 운항이 통제된 상태다.
2일 하루 항공편 20여 편이 뜨고 내리긴 했지만 대부분은 결항됐다. 이날 결항된 출발·도착 항공편은 국제선 30편, 국내선 381편 등 총 411편으로 93.6%의 결항율을 보였다.
제주공항 관계자는 “일부 항공편이 운항할 수도 있으나 태풍이 계속해서 북상중이기 때문에 항공기 운항이 정상화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앞으로 태풍의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와 다른 지방을 잇는 6개 항로의 여객선과 마라도 등 부속도서를 연결하는 도항선 운항도 모두 통제된 상태다.
한라산 입산과 해수욕장 입욕, 올레길 탐방은 지난 1일부터 전면 통제됐다.
강한 비바람에 태풍의 직접적 영향권에 든 2일 하루 크고 작은 피해도 속출했다.
제주도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2일 오전 8시 51분께 서귀포시 성산읍의 한 주택의 유리창이 강풍에 파손되면서 유모(55)씨가 팔을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날 오전 9시 28분께는 제주시 오라2동 한 캠프장에서 불어난 물에 고립된 김모(33)씨가 119에 구조되기도 했다.
강풍에 의한 정전도 잇따랐다.
이날 오전 6시 35분께 서귀포시 남원읍 태흥리, 신흥리 일대 127가구가 정전됐다가 1시간 30여분 만인 오전 8시 6분께 복구됐다.
오전 7시 10분께는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일대 653가구가 정전됐다가 오전 8시 34분께 복구됐으며, 제주시 우도 일대 869가구도 오전 9시께 정전됐다가 오전 9시 25분께 복구돼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오전 7시 28분께는 서귀포시 안덕면의 한 펜션 지붕이 파손돼 이곳에 머무르던 관광객 25명이 인근 체육관으로 긴급 대피했다.
이밖에 유리창 파손, 신호등 파손, 가로수 전도 등 재난안전대책본부에 40여 건의 피해가 접수됐다.
제주 지역은 이날 정오께부터 비바람이 잦아들면서 현재까지 별다른 피해는 접수되지 않고 있다.
기상청은 제주에 앞으로 4일까지 20∼70㎜, 산간 등 많은 곳은 200㎜ 이상 비가 내리겠다고 예보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4일까지 산간을 중심으로 시간당 30㎜가 넘는 강한 비가 내릴 가능성이 있으니 안전사고나 시설물관리 등에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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