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이 코 앞인데”…낙과 피해 농민 ‘울상’

“수확이 코 앞인데”…낙과 피해 농민 ‘울상’

입력 2014-08-03 00:00
수정 2014-08-03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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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나크리’ 느린 속도로 북진…낙과 피해 속출

“이제 막 따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다 떨어져 버려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3일 오전 전남 화순군 도곡면 대곡리의 한 복숭아 농장에서 만난 민정자(74·여)씨는 바닥에 떨어진 복숭아를 주워 모으며 연방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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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전남 화순군 도곡면 대곡리의 한 복숭아 농장에서 한 농부가 태풍 ’나크리’로 떨어진 복숭아를 주워 모으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오전 전남 화순군 도곡면 대곡리의 한 복숭아 농장에서 한 농부가 태풍 ’나크리’로 떨어진 복숭아를 주워 모으고 있다.
연합뉴스


태풍 ‘나크리’가 북상하면서 화순을 비롯한 전남 동부 지역에는 2일부터 강풍과 함께 많은 비가 내렸다.

복숭아 농가가 밀집해 있는 화순군 도곡면과 능주면은 강풍으로 인한 낙과 피해가 잇따랐다.

민씨의 복숭아밭은 밖에서 보기에는 큰 피해가 없어 보였지만, 농장 안에 들어가 보니 바닥에 붉고 탐스럽게 익은 복숭아가 가득 떨어져 있었다.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럽게 잘 익었지만, 주어보니 이미 흐물흐물해져 상품성을 잃은 지 오래였다.

한 나무당 적게는 50여개에서 100여개 가량 힘없이 떨어져 내려 강풍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15년째 복숭아 농사를 하는 민 씨는 2년전에도 태풍 피해를 보고 이번이 두 번째다.

2년전 처럼 피해를 보지 않으려고 복숭아나무를 단단히 묶고, 시설물이 날아가지 않게 단속했지만, 강풍 앞에서는 허사였다.

밤새 부는 바람에 잠 한숨 못 자고 새벽부터 복숭아 농장에 달려 왔지만, 자식처럼 애지중지 가꾼 복숭아는 민씨의 바람과는 달리 힘없이 떨어져 있었다.

민씨는 “이제 막 수확하려고 준비를 다 마쳤는데, 땅에 다 떨어져 못 쓰게 됐다”며 “복숭아는 껍질이 약해 바람에 떨어지면 못 먹고 땅에 묻거나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민씨는 이어 “우리 집 복숭아는 달고 향기가 좋아 휴가철에 택배 주문도 많이 받고 있다”며 “직접 판매도 하려고 농장 입구에 천막도 설치했는데, 다 못쓰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뉴스 속보는 태풍이 느린 속도로 북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늘이 맑아지는가 싶더니 먹구름이 밀려오면서 어두워졌다.

떨어진 복숭아를 주워담던 늙은 농부의 얼굴 위로 빗방울이 다시 떨어지기 시작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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