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변경에 무리한 변침…과적·고박 부실·평형수 부족 드러나
수백명의 대형 인명 피해를 낸 세월호 참사의 원인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무리한 증축으로 배의 결함이 심각했고 여기에 승무원들의 중대한 과실까지 겹치면서 침몰까지 이르게 됐다.
화물 과적에 허술한 고박(결박)이 더해져 급격히 복원성을 잃었고 배의 균형을 유지해줘야 할 평형수는 턱없이 부족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 조타 미숙으로 무리한 변침
세월호는 유속이 빠르기로 이름난 맹골수도로 진입하고 협로를 운항하면서도 5도 이내가 아닌 15도 이상 대각도로 변침하며 급격하게 기울었다.
복원력이 있는 배는 비상 상황시 35도까지 대각도를 변침해도 배가 쓰러지지 않는다.
위험 지역이기 때문에 직접 조타를 지휘해야 할 선장은 자리를 비웠고 경력이 1년도 되지 않는 3등 항해사와 조타수가 조타를 맡았다.
무리한 변침으로 선체가 휘청거렸고 과적, 고박 부실, 평형수 부족으로 기울어진 배는 복원되지 않고 조류에 밀려 올라가다가 침몰까지 이르렀다.
승무원들은 안전 교육과 해양 사고 훈련도 제대로 받지 않았다.
◇ 무리한 증축, 2배 과적으로 복원력 심각
세월호는 1994년 건조된 후 2012년 9월까지 일본 규슈 남부에서 18년 동안 운항됐다.
청해진해운은 일본에서 도입한 후 2012년 10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전남 영암의 한 조선소에서 객실 등의 증설 공사를 진행했다.
이에 따라 총 t수는 239t 늘었고 승선 인원은 116명 늘어 무게중심은 51cm 높아졌다.
무리한 수리와 증축 과정에서 총 t수가 증가하고 좌우 불균형이 발생해 복원성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사고 당시 세월호에는 복원성 유지를 위해 화물 1천77t을 싣도록 했지만 2배 많은 화물 2천142t이 실려 있었다.
승무원들은 수차례 복원성 문제를 지적했지만 선사인 청해진해운은 이를 무시했다.
선사 측은 승객을 두고 가장 먼저 탈출한 승무원들로부터 보고를 받고 과적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판단, 화물량을 180여t 줄이는 조작까지 했다.
출항 전 안전 점검 보고서에도 화물 적재량은 자격도 없는 승무원에 의해 허위로 작성된 것으로 드러났다.
◇ 화물 고정 ‘대충대충’
컨테이너 모서리 각 부분에 끼워넣어 컨테이너를 움직이지 못하도록 고정하는 지지대 역할을 하는 콘(cone)이 규격이 맞지 않았고 제대로 연결되지 않았다.
1단과 2단 컨테이너는 콘이 제대로 연결되지 않거나 일부만 끼워졌고 일부 화물은 로프로 구멍을 연결해 묶기만 했다.
콘과 함께 화물을 연결하는 잠금장치인 버클, 트위스트락, 라싱도 제대로 연결되지 않았거나 처음부터 없었다.
승용차, 화물차, 중장비, 컨테이너가 실려 있는 C데크와 D데크에는 콘이 전혀 없어 화물이 단순히 쌓여 있는 상태였다.
화물 고정시설이 부실한 탓에 침몰 당시 선체와 갑판에 실린 컨테이너와 화물이 배가 기울자마자 순식간에 쏟아지면서 침몰까지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승무원들은 고박(화물을 고정하는 작업) 방법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다.
◇ ‘돈 되는’ 화물 더 싣기 위해 평형수 태부족
사고 당시 세월호에는 선체 복원에 필요한 평형수가 1천565t을 채워야 하지만 1천308t 덜 채워졌다.
선실 증축으로 무게 중심이 51㎝ 높아졌으므로 화물을 덜 싣고 평형수를 2천23t으로 늘리라는 한국선급 기준량의 절반가량에 불과하다.
평형수를 관리하는 1등 항해사가 출항 직전 선수의 밸러스트 탱크에 평형수를 넣어 만재흘수선(선박이 충분한 부력을 갖고 안전하게 항해하기 위해 물에 잠겨야 할 적정 수위를 선박 측면에 표시한 선)이 보이게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개조한 배가 안정성을 가지려면 화물을 덜 싣고 평형수를 더 채워야 하는데 세월호는 전체 중량을 유지하기 위해 화물은 2배 더 싣고 평형수는 턱없이 부족하게 채워넣은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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