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덮친 우울감… 속마음 털어놓기 ‘애도 수업’

교실 덮친 우울감… 속마음 털어놓기 ‘애도 수업’

입력 2014-04-30 00:00
수정 2014-04-3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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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희생에 일선 교사도 불안… 교사도 학생도 감정을 꺼내야

서울 지역 한 초등학교의 돌봄교사 김모(여)씨는 최근 세월호 침몰 사고를 전달하는 TV뉴스를 보다가 자신도 모르게 손을 베어 전치 2개월의 중상을 입었다. 참담한 사고 수역 모습을 반복해서 보다 보니 온종일 멍한 느낌이 들고, 감각도 둔해진 느낌이라고 한다. 김 교사는 “속이 메스껍다든지, 잠깐씩 기억을 잊는 등 극심한 스트레스 반응을 보이는 교사도 있다”면서 “교사가 불안해하니 학생들도 동요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세월호가 침몰한 지 2주가 지난 29일에도 학교 현장을 휩쓴 우울감은 증폭되고 있다. 교사들은 수업을 어떻게 이끌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이기도 한 김현수 서울 관악구 은천동 ‘성장학교 별’ 교장은 “청소년들에게 동년배는 가족과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다른 사건이 일어났을 때보다 충격이 더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애도의 모델이 되어야 할 교사들마저 실종된 동료를 보며 충격을 받아 자신을 추스르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더 불안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장은 세월호 참사 이후 애도수업 매뉴얼을 개발, 전국교직원노조와 함께 보급했다.

애도수업에서는 교사와 학생 모두 일종의 ‘털어놓기’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김 교장은 설명했다. 서울 천왕초에서는 학생들이 먼저 자발적으로 이 과정을 거쳤다. 5~6학년 신문반 학생들이 세월호 참변에 대한 의견을 표현하도록 독려하자 학생들은 쪽지에 안타까움, 원망, 격려 메시지를 표현했다.

하지만 많은 경우 학생들이 먼저 복잡, 다단한 감정에 대한 말을 꺼내지 않을 공산이 크다. 김 교장은 “침묵을 통해 감정을 억압하는 것은 학생들의 정신건강뿐 아니라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배우는 데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털어놓을 줄 아는 것은 살아가면서 배워야 할 매우 중요한 태도이자 기술”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을 자연스럽게 이끌기 위해 교사는 스스로 마음을 털어놓고, 학생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학생 대부분이 원하지 않는다면 애도수업을 하지 않는 편이 좋다. 본격적으로 수업에 들어가면 자유롭게 이야기하기, 급우의 말을 끊지 않기, 너무 길게 이야기하지 않기와 같은 규칙을 정해야 한다. 수업 시간에 꺼낸 감정을 일단 수업 시간 내 마무리하기와 같은 규칙도 필요하다. 교사는 간단한 체크리스트를 통해 학생들의 상황을 알 수 있고, 애도카드를 작성해 정해진 장소에서 1주일 동안 게시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이끈다. 오심, 위통, 답답한 느낌과 같은 스트레스 반응을 호소하는 학생은 상담교사와의 상담으로 도움받을 수 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2014-04-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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