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매출채권 담보로 범행
KT 자회사(KT ENS) 직원이 협력 업체와 짜고 가짜 채권을 발행해 사상 최대 규모인 2800억원의 사기 대출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협력 업체가 KT ENS로부터 받을 대금이 있는 것처럼 허위 서류를 꾸몄는데도 대출심사 책임이 있는 금융사들이나 자회사 관리 책임이 있는 KT는 지난 1년간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T ENS의 납품 업체 N사는 삼성전자 등으로부터 휴대전화를 구입해 납품하고 발생한 매출채권을 납품 업체들끼리 만든 특수목적회사(SPC)에 양도했다. SPC는 이를 담보로 은행과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다. 그러나 매출채권은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가짜였다.
KT ENS 시스템 영업 담당인 과장 김모(51)씨가 N사와 공모해 2010년 이후 매출이 발생하지 않았는데도 발생한 것처럼 꾸며 허위 매출채권을 만들었던 것이다. 은행 측은 KT ENS 직원이 관련됐고 대출 서류에 KT ENS의 인감이 찍혀 있었던 만큼 KT ENS 측이 대출금을 상환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KT ENS는 “N사에 대한 매출채권을 발생시킨 적이 없으며 지급보증한 사실도 없다”고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또 지급보증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법리 검토 결과 지급보증을 서야 하는 담보 자체가 가짜로 확인된 상황에서는 보증 의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저축은행 여신상시감시시스템에서 한 저축은행이 2개 차주에 대해 취급한 대출이 동일 차주 한도를 넘은 사실을 적발한 뒤 서면 검사를 하는 과정에서 서류 중 일부가 위조된 것을 발견했고 이에 경찰이 조사에 착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KT ENS 협력 업체들이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을 때 KT ENS의 매출채권이 있으면 이를 담보로 대출을 쉽게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부정 대출을 받았고 KT ENS의 자체 감사에서 김씨가 이를 인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피해 규모는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 KB국민은행 등 3곳에서 2000억원, 10개 저축은행에서 800억원이다. 하지만 은행들은 금감원의 조사가 있기 전까지 대출 사기 발생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금감원은 대출 사기 혐의와 관련된 금융사들을 검사해 법규 위반이나 여신심사 소홀 등이 확인될 경우 엄중 조치할 계획이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2014-02-07 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