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 “무리한 대체인력 투입으로 사고 발생” 코레일 “승무원 규정 지켰다…경찰 조사결과 지켜볼 것”
15일 오후 서울 지하철 4호선 정부과천청사역에서 발생한 열차 사고 원인을 두고 코레일과 전국철도노조가 각자의 주장만 내세우며 대립하면서 갈등이 심화하는 모양새다.노조는 철도공사가 운행률을 높이려고 무자격자 대체인력을 무리하게 투입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코레일 측은 사고 열차에 탑승한 승무원이 규정을 지킨 만큼 사고 원인은 경찰 조사결과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노조는 16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철도공사가 승객 안전을 위해 무자격자의 열차 승무를 중단하라는 노조의 지속적인 요청을 무시해 결국 사고가 발생했다”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번 사고는 대체인력으로 투입된 교통대 학생이 승객 상황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고 출발 신호를 내려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노조 확인 결과 당시 출입문 기기나 개폐장치에 이상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안전에 대한 우려에도 공사 측이 ‘차장’으로 불리는 전동열차 승무원의 자격 기준을 일방적으로 완화해 사고의 불씨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코레일과 노조에 따르면 승무원이 되려면 역무원은 최소 3년, 수송원은 최소 2년 이상의 경력을 갖춰야 차장 등용시험을 볼 수 있었지만 현재 이 규정은 지난 2009년 파업 이후 삭제된 상태다.
최은철 철도노조 대변인은 “기관사는 전방을 주시하며 열차를 운행하기 때문에 차장은 사실상 모든 비상상황에 대처하는 역할을 한다”라며 “차장은 절대 단순업무가 아니며 철도 규정에도 전동열차 승무원이 ‘이례 사항 발생 시 운전취급·안전관련 조치’를 하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런 이유로 차장 등용 시험에 일정 경력 이상의 자격을 요구해왔지만 현재 사측 주도로 삭제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최 대변인은 또 “철도공사 직원이 차장으로 발령이 나도 신입은 최소 100시간,경력자는 50시간의 훈련을 거쳐 단독으로 차장 업무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과연 파업 대체인력이 이런 훈련과 교육을 받았는지도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코레일은 노조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코레일 서울사옥 임시 프레스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체 확인 결과 파업 대체인력인 해당 철도대학생은 규정을 지킨 것으로 확인됐다”라며 노조 주장을 반박했다.
장진복 코레일 대변인은 “승객의 발목이 문에 낀 상태로 열차가 출발해 사고가 났다고 하는데 열차는 10mm 이상 문이 벌어지면 출발할 수 없도록 설계됐기 때문에 이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며 “전동차에 기계적인 문제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장 대변인은 이어 “사고 열차에 대체인력으로 탔던 대학생도 문이 닫힌 것을 확인했다고 했고 기관사도 문제가 없다고 보고 출발한 것”이라며 “문에 옷가지 등이 끼었을 수는 있지만 정확한 사고 원인은 경찰 조사 결과가 나온 이후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파업 대체인력에 대한 교육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차장으로 등용하기 위해 일정 시간 이상 교육을 하도록 한 것은 맞지만 본부장이 필요에 따라 견습 시간을 조정할 수 있도록 돼 있다”라며 “철도 대학생들은 3일간 교육을 받았고 학교에서 실습교육을 받아왔기 때문에 규정을 어긴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사측이 일방적으로 차장의 자격기준을 낮춰 사고 위험을 높였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열차 운행과 관련된 기술적인 환경이 발전함에 따라 차장의 역할을 조정한 것일 뿐 다른 이유는 없다”고 해명했다.
장 대변인은 “전동열차 승무원은 필수유지인력 배치 대상이 아니므로 대체인력 투입을 중단하면 열차를 전혀 운행할 수 없다”며 “대체인력 투입을 중단하라는 노조의 주장은 사회에 혼란을 일으키려는 의도”라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최근 잇따르는 사고에 대한 대책으로 “이번 주 금요일까지는 현행대로 열차가 운행되지만 파업이 계속되면 승객 안전을 고려해 열차 운행을 더 감축하는 계획을 수립 중”이라고 밝혔다.
코레일에 따르면 파업 이후 대체인력으로 투입된 기관사는 1천147명, 전동열차 승무원은 1천122명이다.
기관사 대체인력은 내부 자격자, 서울메트로, 퇴직기관사, 군 인력 등을 활용하고 있으며 전동열차 승무원은 내부자원, 교통대 재학생, 퇴직자 등으로 채워졌다.
전날 오후 9시께 지하철 4호선 정부과천청사 역에서 오이도행 열차에서 하차하던 김모(84·여)씨가 문에 신체 일부가 낀 채 열차에 끌려가다 스크린도어 등에 머리를 부딪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열차에는 파업 대체인력으로 한국교통대 철도대학 1학년 학생이 투입된 것으로 확인돼 코레일의 무리한 대체인력 투입 정책에 따른 인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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