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부에 기록된 일제 만행
국가기록원이 19일 공개한 명부에는 일제의 만행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3·1운동 시 피살자 명부’는 유관순 열사에 대해 “3·1독립 운동만세로 인하여 왜병에 피검(被檢)돼 옥중에서 타살(打殺)당함”이라고 기록했다. 이어 유 열사 부친인 유중권 열사는 기미년 3월 1일 천안군 병천면 병천리에서 “3·1운동 독립만세로 인하여 총살당했다”고 기재되어 있다. 유중권 열사의 바로 옆에 성명이 “이씨(李氏)”라고 표기된 여성이 등장하는데 주소·순국장소·순국상황란에 유중권 열사와 같다는 기호가 표기돼 있어 유관순 열사의 어머니로 알려진 이소제 열사로 추정된다.김용달 독립기념관 수석연구위원은 “기존의 3·1운동 관련 기록은 일본 경찰의 것으로 조선인 몇 명이 시위에 참가해 몇 명이 죽었다는 식이어서 누가 어떻게 죽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면서 “이번 명부에는 이름과 연령, 순국장소, 상황 등이 기록되어 처음으로 순국자들이 어떻게 순국했는지 알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재판기록 없이 독립만세 현장에서 사망해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한 독립유공자들을 확인하는 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전망이다. 1923년 일본 관동지방에서 일어난 대지진의 혼란 속에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켰다’, ‘조선인이 우물에 독약을 넣고 다닌다’는 유언비어가 순식간에 퍼졌다. 6000~2만명으로 추산되는 조선인이 학살당했는데, ‘일본 진재 시 피살자 명부’는 국내 연고가 있는 290명의 피살자 참상을 담고 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2013-11-20 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