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사고 빈소…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었는데…”

헬기사고 빈소…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었는데…”

입력 2013-11-16 00:00
수정 2013-11-16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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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규 기장·고종진 부기장 빈소 서울아산병원에 마련

“대통령 전용기를 15년 운전한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었는데 이런 사고가 나다니 이해가 안 됩니다.” “세 살 난 딸을 그렇게 예뻐하던 완전 ‘딸 바보’였는데 아이들은 어떡하라고…”

16일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삼성동 아이파크아파트 헬기 충돌 사고 사망자 박인규(58) 기장과 고종진(37) 부기장의 빈소에는 유족과 조문객의 탄식이 가득했다.

박 기장의 남동생(56)은 “형님이 대통령 전용기만 15년을 운전했고 실력이 좋아 LG에 스카우트된 베테랑이었는데 이런 사고가 나다니 믿기지 않는다”며 침통해 했다.

공군사관학교 26기 출신인 박 기장의 동기들도 하나같이 “세심하고 꼼꼼하기로 유명한 성실한 동기였는데 이런 사고를 당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며 안타까워했다.

박 기장의 대학원 동기로 30년 지기라는 김종환(57)씨는 “어제 저녁 7시께 술 한잔하려 전화하니 ‘내일 비행이 있다’며 집에 있더라. 비행 전날은 일찍 귀가해 철저히 준비하는 치밀한 사람인데 안개 낀 곳을 왜 갔는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조종사 출신인 박 기장의 친구 전명훈(58)씨는 “시계 비행을 할 때는 안개 덩어리가 보이면 안전을 위해 조금 우회하는 일이 잦은데 마치 항로를 이탈해 실수한 것처럼 보도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 기장의 빈소가 마련된 20호에는 유족들이 10여대의 방송 카메라를 설치해 놓고 질문을 쏟아내는 취재진을 피하며 조문객을 맞았다.

유족들은 애써 담담한 표정으로 고인 곁을 지키다가도 조문객들이 찾아오면 슬픔이 밀려오는 듯 눈물을 쏟았다.

한 조문객은 “부인이 너무 많이 울어서 목소리도 안 나오더라. 위로의 말 건네지도 못했다. 다른 가족들도 아침보다 진정은 됐지만 가까운 지인들 조문 올 때마다 붙잡고 울고 있다”고 전했다.

한 층 위 30호에 자리 잡은 고 부기장의 빈소에도 유족들이 비통한 표정으로 조문객을 맞았다.

조문객들은 영문도 모른 채 생글생글 웃는 세 살배기 딸과 장모에게 업힌 만 10개월 된 아들을 보며 안타까워하며 눈물을 흘렸다.

고 부기장의 장모는 “날씨를 보니 안개가 많이 낀다고 해서 오늘 비행 안 나갈 줄 알았는데 무슨 날벼락인지 모르겠다. 어린 것들만 두고 가니 어떡하면 좋냐”며 오열했다.

고등학교 친구 강모(37)씨는 “아침에 뉴스에서 LG헬기가 추락했다기에 기분이 이상해 카톡을 계속 보냈는데 확인을 안 하더라. 그런데 자막을 봤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강씨는 고인의 카카오스토리에 올라온 가족·돌사진을 보여주며 “자기 일에 사명감 있고 정말 착한 친구였다. 딸을 그렇게 예뻐하던 완전 딸 바보였는데…”라며 “제수씨가 남편이 갑자기 없으니까 무섭다고 한다”며 눈물을 훔쳤다.

공사 48기 출신인 고 부기장의 빈소에도 공사 동기 50여명과 회사동료, 친구들이 꽉 채우고 고인의 죽음을 애도했다.

한편, 이날 오후 5시께 남상건 LG전자 경영지원부문장(부사장)이 빈소를 찾아 유족들을 위로했다.

남 부사장은 오후 5시30분께 2층 복도에서 브리핑을 열고 “불의의 사고를 당한 두 분 조종사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께도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남 부사장은 “기장이 출발 2시간 전인 오전 7시께 안개가 좀 있다고 보고했지만 8시께 날씨가 걷히고 있어서 잠실 출발이 가능하다고 보고했다”며 “정확한 것은 블랙박스를 통해 조사해야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남 부사장은 브리핑 후 질문을 쏟는 기자들을 피해 나가다 취재진 40여 명과 얽혀 혼란을 빚기도 했다.

고인들의 발인은 19일 오전으로 예정돼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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