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본·수정본·국정원본 간 ‘본질적’ 차이는 없어수정본 참고해 ‘국정원 보관본’ 생산
검찰은 15일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의혹’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봉하 이지원’에서 발견된 회의록 초본(삭제본), 그리고 수정본(유출본) 사이에는 본질적인 내용에 큰 차이가 없다고 결론내렸다.국가정보원이 보관하고 있는 회의록은 수정본을 넘겨받아 이를 토대로 생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초본에는 정상회담 당시 실제 사용된 호칭·명칭·말투가 생생하고 정확하게 반영돼 있고, 수정본에는 초본에 빠졌던 부분이 녹음파일 재생 등을 통해 고쳐지고 덧붙여진 반면 호칭·명칭·말투가 실제와 다르게 변경되는 등 두개의 회의록 모두 사료로서의 보관가치를 지닌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호칭의 경우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이 각자 스스로를 낮춰 ‘저’라고 표현한 부분을 각각 ‘나’라고 통일한 부분이 확인됐다.
초본에 노 전 대통령이 “위원장님하고 저하고 관계에서…”라고 말했다고 적혀있는 부분은 수정본에서 “위원장하고 나하고 관계에서…”라고 고쳐졌다. 김 전 위원장이 “저의 견해는”이라고 말한 부분은 “나의 견해는”으로 바뀌었다.
김 전 위원장이 ‘NLL 포기’ 발언을 한 부분의 대화에서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이 일부 수정된 부분도 확인됐다.
노 전 대통령의 경우 삭제본에서 “내가 임기 동안에 NLL 문제를 다 해결하게…”라고 발언한 것으로 기록돼 있지만 국정원 녹음내용을 확인한 뒤 수정본에서 “내가 임기 동안에 NLL 문제는 다 치유가 됩니다”로 말한 것으로 수정됐다.
말투는 주로 김 전 위원장이 반말투로 발언한 부분이 존댓말로 수정됐다.
”그건 반대 없어”(초본)→”그건 반대 없어요”(수정본), “그거 오후에 하지 뭐”→”그거 오후에 하지요 뭐”, “그저 그렇게 알면 되겠어”→”그저 그렇게 알면 되겠어요” 식이다.
노 전 대통령이 상대를 높여 표현한 부분은 일부분 ‘톤다운’ 됐다.
앞서 “위원장님 질문이나 말씀을 안 하시면 내가 이것저것 여쭤보고 싶은 것도 많으니까요”라고 기록된 문장은 수정본으로 넘어오면서 “위원장께서 질문이나 말씀을 안 하시면, 내가 이것저것 질문하고 싶은 것도 많으니까요”라고 다듬어졌다.
초본에 일부 빠진 내용이 수정본에서 보완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이 “서해바다로 해서 해저로 땡겨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라고 초안에 적혔다가 수정본에는 “(전략)…그리고 있는데, 북측을 통과하면 훨씬 빠른 시일안에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라며 누락됐던 부분이 더해졌다.
발언자가 잘못 기재된 부분이나 단순히 단어에 대한 수정도 이뤄졌다.
”백두산 관광도 허용했다는 것을 한 줄 어떻게…”라는 발언은 당시 이재정 통일부 장관이 했던 것으로 적혔다가 김 전 위원장의 발언으로 정정됐다.
”박정희 대통령이 자조라는 구호가 나오지 않았소”(김정일)의 ‘자조’는 ‘자주’로 수정됐고,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것을”(노무현)의 ‘건설’은 ‘설치’로 각각 고쳐졌다.
검찰은 “삭제된 회의록(초본)과 유출된 회의록(수정본) 모두 역사적 측면에서 가치와 의미가 있는 자료로 봐야 한다”며 “어느 한 쪽이 더 사료로서의 가치와 의미가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평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