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두달 간 연구끝 ‘진보당 헌법 위배’ 판단

정부, 두달 간 연구끝 ‘진보당 헌법 위배’ 판단

입력 2013-11-05 00:00
수정 2013-11-05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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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TF, 진보당 강령 및 활동·판례·해외사례 연구

정부가 두 달간의 연구 끝에 5일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 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하기로 했다.

앞서 법무부는 이석기 의원 등이 내란 혐의로 수사를 받자 지난 9월6일 ‘위헌정당·단체 관련 대책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법리 검토에 착수했다.

법무부는 각종 판례와 해외 사례 등을 연구해 법리를 검토한 결과 정당해산 심판이 가능하다고 판단, 국무회의 안건으로 상정했으며 정부는 이날 의결했다.

이번 심판 청구는 헌법상 정당 활동의 자유가 보장되지만 그 같은 자유도 국가의 존립 기반인 민주적 기본질서를 넘어설 수는 없다는 대원칙을 재확인하는 의미가 있다.

이와 동시에 향후 헌재의 심리 과정에서는 전례 없는 사건의 법리 해석, 현행법의 미비점 등을 둘러싸고 헌재가 ‘결론’을 내려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정부 “진보당, 헌법 민주질서 위배”

정부가 진보당 해산을 청구한 핵심 이유는 진보당이 헌법에 규정된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 뒤 브리핑에서 “진보당은 강령 등 목적이 헌법의 자유민주 기본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진보당의 핵심세력인 RO(혁명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라고 덧붙였다.

법무부 TF는 진보당의 당헌·당규 및 강령, 진보당원들의 국보법 위반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 이를 통해 당의 설립 목적과 활동 일부가 헌법 질서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TF는 ‘휴전 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고 주한미군은 철수하라’는 진보당의 통일강령이 북한의 고려연방제 통일 방안과 같은 의미로 해석된다고 봤다.

’노동자와 민중이 나라의 주인이 돼야 한다’는 강령도 헌법의 근간인 ‘국민 주권주의’에 반(反)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석기 의원 등 진보당의 핵심 조직 세력으로 지목된 RO의 조직원들이 내란을 음모·선동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는 점도 감안됐다.

◇독일·터키 등 해외 사례도 심층 연구

법무부는 그동안 독일, 미국, 일본, 터키 등 외국의 위헌정당 해산 및 정당활동 규제 제도에 대해서도 연구해왔다.

위헌정당 해산제도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에서 처음 도입했다.

법무부는 이 제도를 도입한 독일기본법을 비롯해 과거 독일에서 사회주의제국당(SRP)과 독일공산당(KPD)에 대해 해산 결정한 사례도 연구했다.

독일은 연방헌재의 결정에 따라 1952년 나치당의 후계로 지목된 사회주의제국당(SRP)을, 1956년엔 독일공산당(KPD)을 각각 해산시킨 경험이 있다.

자유독일노동당 등 여타 정당의 경우 청구가 각하됐거나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사례 등도 연구 대상에 포함됐다.

터키에서는 헌재 창설 이해 정당이 해산된 사례가 수십 건에 이른다고 알려졌다. 연합공산당·사회당·자유민주당·인민노동당·민주당·복지당 등의 사건이 있었다.

이밖에 미국에서는 연방 차원의 정당 해산 법령이 없지만 캘리포니아주에서 간접적으로 정당 활동을 제한하는 규정이 참고자료가 됐다.

일본의 경우 정당은 아니지만 ‘폭력주의적 파괴활동’을 한 단체를 규제하는 ‘파괴활동방지법’ 등 각종 정당 관련 법령이 법무부 연구에 활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당활동 금지·의원직상실 동시 추진

법무부는 정당해산 심판 청구와 동시에 진보당의 정당 활동을 금지하는 가처분 신청을 내고 소속 국회의원들의 의원직 상실 결정도 청구키로 했다.

헌재법상 사건 심판 기간은 접수된 날로부터 180일 이내이다. 가처분은 최종 결정 이전에도 낼 수 있다.

다만 정치·사회적으로 중대한 사안인데다 국내에선 전례가 없고 법리적으로도 치밀한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 많다는 점이 변수여서 헌재의 판단이 언제쯤 이뤄질지 섣불리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정당은 국민의 생활과 의사 결정에 큰 영향을 주므로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하는 정당까지 용인할 수는 없다”면서도 “오직 헌법재판을 통해서만 정당 해산을 결정하도록 한 것은 그만큼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위헌 정당으로 판명되면 해산하는 게 맞다”며 “다만 헌법이 헌재에 정당해산 심판 권한을 부여한 것은 헌법보장 기능을 수행한다는 의미가 있지만 한편으로는 정부의 자의적인 판단으로부터 정당을 보호한다는 의미도 있다는 점도 두루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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