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불 껐지만 ‘반복될’ 무상보육 논란

급한 불 껐지만 ‘반복될’ 무상보육 논란

입력 2013-09-05 00:00
수정 2013-09-05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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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부담 1조4천억 증가…추가 세원은 없어 보육법 개정 등 결단 없이는 보육대란 반복

서울지역 ‘보육대란’을 목전에 두고 추경예산 편성을 거부하던 서울시가 일단 2천억원가량의 지방채 발행 방침을 밝히면서 급한 불은 껐다.

그러나 이는 말 그대로 임시방편이다. 서울시 주장을 따른다면 현행대로 20%인 정부의 무상보육 부담률이 40%로 인상되지 않는다면 서울시 보육대란은 매년 반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상보육 예산 부담을 둘러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갈등은 0∼5세 전면 무상보육으로 국가와 지방정부가 지출해야 할 금액은 약 1조 4천억원이 늘었지만, 양쪽 모두 거둘 수 있는 세수는 그대로였다는 데서 비롯됐다.

◇ 예고된 다툼’증세 없는 복지’의 허상

0∼5세 아이들에 대한 무상보육 사업은 시행 1년도 안 돼 전국 곳곳에서 중단 위기를 맞았다.

특히 중앙정부와 서울시는 재원 조달 문제를 둘러싸고 반년 가까이 한 치의 양보 없이 대립하다 이번에 서울시가 2천억원 규모의 지방채 발행 의사를 밝히면서 올해 파국은 가까스로 막을 수 있게 됐다.

사실 보육대란은 사업 시행 초기부터 예견된 것이었다.

전면 무상보육 도입에 따른 국비 예산은 애초보다 7천억원 가량 늘어난 3조 5천억원이고 지자체의 추가 부담 금액도 비슷한 수준으로 합치면 약 1조 4천억원이다.

무상보육 외에도 복지비 지출이 급증한 것과 달리 중앙정부든 지자체든 확보할 수 있는 세원은 그대로인 상황에서 서로 부담을 미루는 ‘치킨게임’을 하다 이번 보육대란 위기에 처했다.

정부는 최근 중산층 세금 부담 확대 계획을 발표했다가 비난 여론에 급수정했지만, 정치권에선 여야 관계없이 ‘증세 불가피론’이 불거지고 있다.

서울시 역시 ‘복지특별시’란 기치를 내걸었지만 20조원의 채무가 발목을 잡고 있다. 취득세 감소로 매년 예산이 줄어들 수 있어 서울시의 걱정이 더해졌다. 인천ㆍ경기 등 수도권과 대전, 광주, 대구 등 타 지자체도 재정난과 복지비 부담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 영유아보육법 개정안 통과 ‘난망’

무상보육 대란을 피할 최선책은 현재 서울 20%, 지방 50%인 무상보육 국고보조율을 각각 40%, 70%로 올려달라는 게 전국시도지사협의회의 요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이를 받아들인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지난해 11월 통과시켰지만 기획재정부와 새누리당의 반대로 법제사법위원회에서 10개월째 보류 중이다.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는 작년부터 매년 반복되는 보육대란을 근본적으로 막으려면 보육법 개정안말고는 해법이 없다고 정부와 여당에 호소해왔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단 올해 사업 중단을 막는 것이 중요해 대중교통 홍보전까지 해왔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보육법 개정안 통과여서 박원순 시장이 직접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면담을 신청하는 등 발로 뛰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와 새누리당은 ‘무상보육 예산만 별도로 국고보조율을 조정하기 어려운데다 재정 부담이 가중된다’는 나름의 이유를 대며 보육법 개정에 반대를 표시하고 있다.

기재부 내부에서는 국고보조율 상향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소식도 들리지만 공식 입장은 일절 밝히지 않고 있어 합의까지는 많은 진통이 예상된다.

◇ 서울시민, 보육대란 현실화될까 ‘조마조마’

올들어 서울시내 자치구별로 도미노처럼 번지는 무상보육 중단 위기 소식에 부모들이 가슴을 졸이는 게 일상화됐다.

특히 무상보육 문제로 정부와 지자체 간 갈등이 노골화하면서 ‘보편적 복지’에 대한 논의가 재연됐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퇴진을 몰고 왔던 2011년 서울시의 전면 무상급식 여부를 가리는 사상 초유의 주민투표 사태 이후 보편적 복지 논쟁이 다시 불거진 것이다.

실제 지난해 대선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후보들은 무상보육, 기초연금, 고교 무상교육 등 복지공약을 쏟아냈으나 그에 필요한 재원 용도의 증세 주장은 없었다. 선거를 의식해 공론화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이번 보육대란을 계기로 현 정부도 재정상황을 ‘솔직히’ 고백하고 무상보육 등의 보편적 복지를 위해 증세를 검토하거나 일부 복지사업의 순위를 재조정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잔디 참여연대 복지노동팀 간사는 “정부가 재원을 고려해서 정책을 도입했어야 하는데 단지 인기를 위해 결정해놓고 책임은 지방에 전가하는 건 옳지 않다”며 “보편적 복지의 방향은 되돌릴 수 없는 것이라면 국고보조율을 높이는 등 재원 마련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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