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CJ 비자금’ 수사는 탈세와의 전쟁

檢 ‘CJ 비자금’ 수사는 탈세와의 전쟁

입력 2013-05-26 00:00
수정 2013-05-26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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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가지’ 취급받던 탈세 수사가 ‘본류’…종착지 주목

검찰이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에 칼을 빼들고 ‘탈세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지난 2009년부터 비자금 조성과 이 과정의 탈세 의혹을 내사해온 검찰이 최근 수면위로 사건을 끌어올려 본격적인 수사에 나선 것이다.

CJ그룹 수사는 박근혜 정부 들어 첫 대기업 사정인데다 국정 과제 중 하나인 ‘지하 경제 양성화’와도 맞물려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또 전형적인 특수수사와 다소 다른 초기 진행 양상을 보이는 점도 눈에 띈다.

특수수사는 외부의 고소·고발이 아닌 검찰이 기획·범죄정보수집 등을 통해 직접 인지해 착수하는 수사를 말한다. 공무원의 뇌물·부정부패, 대기업 범죄, 조직폭력 범죄 등이 주된 대상이다.

대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특수수사의 경우 비자금 조성 과정의 횡령과 배임, 계열사 부당 지원, 미공개 정보 등을 이용한 시세 조종, 외환거래 과정의 미신고나 재산국외도피, 분식회계·부실감사 등이 ‘단골 메뉴’다.

그러나 검찰은 “이번 수사의 핵심은 소득세를 위주로 한 탈세 의혹”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탈세가 수사의 ‘본류’라는 것이다.

과거 많은 대기업 특수수사에서 탈세는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했다. 탈세를 거쳐 결국 종착지는 뇌물 공여나 정관계 로비, 횡령과 배임 등에 이르렀다.

탈세 수사는 ‘본류’ 수사로 나아가기 위한 ‘압박 수단’이거나 ‘곁가지’인 경우가 많았다.

최근 대기업 수사를 보면 지난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하이마트 선종구 회장 일가의 탈세 혐의를 수사한 과정에서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 관련 첩보가 입수됐다.

이후 중수부는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에 나서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박영준 전 차관,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 등 이명박 정부의 실세 3명을 줄줄이 처벌했다.

2011년 한화 김승연 회장의 경우 차명계좌에서 꼬리가 밟혀 탈세 혐의로 수사 대상이 됐으나 수사의 중심축은 횡령·배임 혐의로 옮겨갔다.

1천4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된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의 경우도 탈세 혐의를 받았으나 비중은 높지 않았다.

2008∼2009년 세간을 떠들썩하게 ‘박연차 게이트’도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탈세 혐의에서 출발해 결국 정관계 로비 의혹까지 번졌다.

이 같은 과거 전례를 보면 CJ그룹의 비자금 조성 및 사용 과정의 탈세를 중심으로 수사한다는 검찰의 입장을 액면 그대로만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다만 검찰은 최근 경제정의 실현과 지하경제 양성화를 강조하는 요즘 사회 분위기를 볼 때 탈세 수사의 의미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입장이다.

현재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윤대진 부장검사)는 CJ그룹이 홍콩과 버진아일랜드 등 해외 조세피난처에 다수의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본사 및 계열사와 정상적인 거래를 하는 것처럼 위장하는 수법으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을 수사 중이다.

비자금은 수천억원, 탈세액도 수백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임직원 명의의 차명계좌도 수백개에 이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번 사건에는 2005년부터 이 회장의 개인 비자금을 관리하며 ‘집사’ 노릇을 한 전 재무팀장 이모씨와 홍콩에서 20년 가까이 근무한 임원 신모씨가 깊숙이 개입했다.

검찰은 이 같은 과정을 통해 회장이 수년간에 걸쳐 수백억원대의 양도소득세와 종합소득세, 법인세 등을 탈루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특수수사는 사회의 구조적 비리와 거악을 필벌하고 규범을 제시한다는 의미가 크다”며 “국내외에서 장기간에 걸쳐 거액을 탈세해 막대한 재산을 불린 범죄는 국민의 법 감정에 어긋나는 중대 범죄”라고 강조했다.

다만 ‘수사는 생물’이라는 말처럼 CJ그룹의 각종 의혹을 추적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향후 수사가 어디까지 뻗어나갈지는 쉽게 예단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최종 목적지가 어디가 될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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