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檢서 직접판단·재수사 명령 가능…별건 고발 여지도 있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NLL(서해북방한계선)을 주장하지 않겠다’고 했다는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의 발언을 허위사실로 보기 어렵다는 검찰 수사결과에 민주통합당이 불복하면서 법적·정치적 논란이 2라운드로 접어드는 양상이다.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21일 NLL 관련 발언이 허위사실이 아니라며 여야 피고소·고발인 전원을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의 수사결과는 뒤집어 얘기하면 노 전 대통령이 그런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점을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그러나 국가기밀이란 이유로 발언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22일 확대간부회의와 대변인을 통해 검찰의 무혐의 처분에 강하게 반발했다.
국회 법사위 소속인 민주당 박범계 의원 등은 검찰 발표 직후 국회 브리핑에서 항고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검찰의 판단 근거는 남북정상회담 준비회의 당시 관련자 진술과 월간조선 2013년 2월호 기사에 나온 보고서”라며 “이는 법률상 전문증거(傳聞證據·체험자의 직접 진술이 아닌 간접증거)에 해당해 증거 가치가 매우 낮다”고 주장했다.
또 박선원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전략 비서관은 노 전 대통령이 회담 당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NLL은 현실적으로 남쪽에서 영토로 인식한다’며 양보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판단 뒤집는 새 주장 나올까 = 민주당은 우선 서울중앙지검의 무혐의 결정에 대해 서울고검에 항고할 수 있다.
향후 예상해볼 수 있는 결과는 두 가지로 나뉜다. 어떤 경우건 검찰의 기존 판단을 뒤집을 만한 새로운 사실·주장이 나올지가 관건이다.
우선 고검이 자체 수사해 다른 결과를 내놓는 방안이 있다. 고검이 직접 수사해 항고가 ‘이유 있다’고 인정되면 무혐의를 바로 잡는 ‘경정’(更正) 처분을 할 수 있다.
다만, 이 사건처럼 방대한 자료 검토와 고도의 판단이 필요한 사건을 휘하 수사인력이 없는 고검 검사(부장검사급) 혼자 처리할 수 있느냐는 현실적 문제가 생긴다.
서울고검의 공안 담당 검사는 2명이다. 통상 1명씩 대공·선거·테러, 학원·노동·사회 분야를 나눠 처리한다.
중앙지검 전담부서인 공안1부는 넉 달 보름가량 수사해 결론을 내렸다.
다른 방안은 고검이 보완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중앙지검에 ‘재기수사’를 명령하고 사건을 돌려보내는 것이다.
항고 이후 기존에 드러나지 않았던 새로운 중대 사실이 발견되면 고검의 수사 방향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만일 서울고검도 중앙지검과 같은 결론을 내려 항고를 기각할 경우 대검에 재항고할 수 있다.
항고가 기각될 경우 관할 고등법원에 판단을 구하는 재정신청을 할 수 있지만 이번 사건은 그 대상이 아니다. 재정신청은 고소 사건이거나 직권남용·불법체포·가혹행위 등 형법상 일부 조항(123~126조)에 관해서만 가능하다.
◇새로운 혐의 고발하면 어떻게 되나 = 기존 고소·고발은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관한 것으로 검찰은 해당 부분만 판단했다.
그러나 만약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민주당이나 제3자가 정문헌 의원 등을 다시 고발할 여지도 있다.
이 법에는 비밀기록물에 접근·열람했던 자는 그 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해서는 안 된다고 돼 있다. 또 비공개 기록물에 대한 정보를 목적 외 용도로 사용해서도 안 된다고 규정돼 있다. 이를 어기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형의 처벌을 받는다.
하지만 이같은 고발 사건은 발언의 본질과 관련한 추가 수사라기보다는 ‘부차적인 사안’에 대한 수사에 가깝다.
또 비밀누설 혐의로 고발한다면 정 의원의 발언이 ‘비밀’이면서 사실에 부합한다는 점을 전제로 해야 한기 때문에 야당 입장에서는 기존의 허위사실 공표 고발과는 모순될 수밖에 없다. 오히려 곤혹스럽거나 까다로운 입장이 될 수도 있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만약 항고가 제기되면 고검에서 절차에 따라 판단할 문제”라면서도 “최선을 다해 수사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