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대號 검찰 ‘영욕의 477일’…집단반발 밀려 퇴진

한상대號 검찰 ‘영욕의 477일’…집단반발 밀려 퇴진

입력 2012-11-30 00:00
수정 2012-11-30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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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악재속 중수부장 감찰지시 ‘결정타’…29년 검사생활 마침표특수수사 왜곡, 내곡동ㆍ민간인사찰 ‘부실수사’ 논란스마트 수사 강조ㆍ인권보호 개선조치 노력도

역대 38번째 검찰 총수인 한상대 검찰총장이 30일 일련의 검사비리와 검찰 내분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지난해 8월12일 취임한 지 477일 만이다. 역대 총장 중에서는 11번째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한 총장은 지난해 취임 일성으로 ‘부정부패ㆍ종북좌익세력ㆍ검찰 내부의 적’ 등 3대 요소의 척결을 내세웠다.

또 서울고검장과 서울중앙지검장 재직시 강조했던 초일류 검찰을 기치로 내걸고 과거의 저인망ㆍ먼지털이식 수사 대신 필요한 환부만 도려내는 ‘스마트 수사’를 강조했다.

그러나 공안 수사에는 집착한 반면 급증하는 기업ㆍ재계 비리 수사에서는 상대적으로 관대한 자세를 보여 적잖은 비판을 받았다.

특히 최근에는 SK 최태원 회장의 구형에서 법정형보다 낮은 최저 형량을 구형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LIG그룹 회장 일가의 사법처리 수위 결정에도 관여했다는 뒷말이 나왔다.

이밖에도 여러 건의 특수수사에서 수사진의 의견이 무시되는 사례가 있었던 탓에 특수부 검사들의 불만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의 수사 관행을 바꾸기 위한 시도는 빛과 그림자를 낳았다.

피고소ㆍ고발인에게 무조건 피의자 신문조서를 작성하던 관행을 고쳐 범죄 혐의가 뚜렷해지기 전까지는 진술조서를 받도록 해 인권보장을 위해 한걸음 나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검사들이 피의자 신문은 하지만 조서는 통상 참여계장 등이 작성하는 관행을 고쳐 검사가 직접 조서까지 작성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는 과도한 업무량에 시달리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비효율적 지시라는 검찰 내부의 반발을 샀다.

최근 검찰 개혁안 발표를 둘러싸고 검찰 특수수사의 상징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를 직접 추진하면서 최측근 참모인 최재경 중수부장과 갈등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조직 내 신망이 두터운 최 중수부장에 대해 무리한 감찰 카드를 꺼내드는 바람에 후배 검사들의 집단 반발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그에 앞서 지난해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부지 의혹, 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에 대한 검찰의 ‘부실수사’ 논란이 불거져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았다.

고려대 출신으로 연수원 13기인 한 총장은 차동민ㆍ박용석ㆍ조근호 전 고검장 등과 함께 동기 중 최선두로 평가받았으며, 서울지검 형사1부장, 법무부 검찰국장ㆍ법무실장, 서울중앙지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기획ㆍ국제통이다.

현 정부는 임기 말로 접어드는 상황인데다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점 등을 두루 감안해 한 총장을 ‘정권의 마지막 검찰총장’으로 임명했다.

그러나 한 총장은 그동안 쌓인 안팎의 불만에다 최근 한두 달 사이에 연이어 터진 검사 수뢰사건, 성추문 사건 등으로 사퇴 압박에 시달렸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조직 내 신망이 두터운 최 중수부장에 대한 감찰 지시는 자신의 사퇴를 앞당기는 결정타가 됐다.

결국 막판에 사상 초유의 검찰 지휘부 내분과 검찰 조직의 대혼란 사태까지 야기한 끝에 그는 29년간의 검사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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