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대 총장 사퇴에 검사들 “함께 자숙하자”

한상대 총장 사퇴에 검사들 “함께 자숙하자”

입력 2012-11-30 00:00
수정 2012-11-30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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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사퇴 진정성 느껴”‥검찰개혁안 철회에 긍정 반응

한상대 검찰총장이 30일 오전 짤막한 사과문만 읽고 사퇴하자 일선 검사들은 그간의 내분을 추스르며 자숙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부에서는 한 총장이 애초 발표하려던 검찰 개혁안을 철회하고 말없이 떠난 데 대해 바람직한 모습이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대검의 한 연구관은 “떠날 사람은 말이 없다고 한 것처럼 짧은 사과문에 진정성이 보였다”고 말했다.

이 연구관은 “간단 명료하게 죄송하다고 말하고 고개를 크게 두 번이나 숙이셨으니 잘한 것 같다”며 “보좌를 잘 못한 입장에서 할 말은 아니지만 떠나는 사람에겐 돌을 던지면 안 된다”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떠날 때는 말없이 떠나는 게 좋다고..간결하게 말씀하셨더라”면서 “두 사건에 대해 사죄하고 모든 비난을 달게 받겠다고 했으니 이제 남은 사람들도 같은 마음으로 겸손하게 자숙하며 지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총장이 검찰 개혁안을 발표하지 않고 사퇴한 것에 대한 평가도 긍정적이었다.

수도권의 한 평검사는 “나가시는 분이 개혁안을 발표한다고 해서 당황스러웠는데 그냥 사퇴만 하고 떠나셨으니 잘하신 것 같다”며 “이제 검찰도 수습 국면으로 들어서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도권의 평검사도 “총장이 바람직한 결정을 내렸다”며 “검찰 개혁은 검찰이 당장 비난을 받는다고 해서 졸속 추진해서 될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검사는 “이번 (내분) 사건도 중수부 폐지안을 받느냐 안 받느냐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하면서 “검찰개혁은 차기 정권에서, 또 국회에서 국민의 뜻을 들어 심도 있게 논의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수도권의 한 간부급 검사도 “잘못 낀 단추를 제대로 끼웠다”며 한 총장의 결정을 존중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총장이 발표하겠다는 개혁안은 발표시점을 못박아 놓고 충분히 내부 의견수렴이 안된 상태에서 본인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책임회피용으로 강행하려던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개혁안 발표 취소는 잘된 일”이라고 평했다.

검사들은 향후 검찰이 나아갈 길에 대한 의견들도 내놨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일단 개혁논의는 대 국회업무를 하고 청와대와도 소통하는 법무부 중심으로 넘어가지 않겠나”라고 전망했다.

이 부장검사는 “외부의 소통 범위를 넓혀서 일단은 이야기를 더 들어보고 내부 구성원들에게도 동의를 구해야 하는 부분이 필요한데 그런 절차들에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의 간부급 검사는 검찰 개혁은 제도적 문제가 아니라 이를 운용하는 사람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검사는 “제도는 너무 완벽하게 구비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사람의 문제”라며 “아무리 완벽한 제도를 만들어 놓아도 이를 악용하고 허점을 노리려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을 제어하고 적발하는 시스템 정도만 구비해도 나아질 것”이라고 고언했다.

재경지검의 다른 부장검사도 “검찰권을 잘못 운영한 사람을 쇄신하면 되는 것”이라며 “대대적으로 내부 합의를 이뤄 검찰이 내놓을 수 있는 개혁안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이번 일로 최재경 중수부장이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그렇다면 앞으로 검찰에서는 윗사람의 잘못을 누가 문제 삼겠나. 이는 검찰에 안 좋은 사례를 남기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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