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낼수록 복마전’ 검사비리 어디까지 가나

‘캐낼수록 복마전’ 검사비리 어디까지 가나

입력 2012-11-16 00:00
수정 2012-11-16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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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명계좌 1곳서 9억대…2~3개 더 있어 액수 늘어날 듯 김 검사 관여한 사건처리 결과도 파헤쳐봐야

특가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서울고검 김광준(51) 검사가 수수한 ‘검은 돈’ 액수가 갈수록 불어나고 있다.

김 검사는 부산지역 사업가 최모씨 명의의 차명계좌를 통해 기업과 수사 당사자 등으로부터 9억7천만원 안팎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다 김 검사가 추가로 2∼3개 차명계좌를 운용한 사실이 새롭게 드러나면서 금품수수액이 얼마까지 늘어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임검사팀 수사는 1단계로 김 검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뒤 이제 2단계로 진입했다.

◇차명계좌 한 곳에 9억대 꽂혀 = 경찰 수사에 이어 특임검사팀 수사가 진행되면서 드러난 김 검사의 비리는 전형적인 ‘복마전’ 양상이다.

애초 이 사건은 경찰이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씨 은닉자금을 찾는 데서 시작됐다.

조씨 측근 강모씨의 자금 흐름을 추적하다 최씨 명의의 차명계좌에 흘러든 거액을 찾아냈고, CCTV로 현금인출 장면 등을 분석해 계좌의 실제주인이 김 검사란 사실을 밝혀냈다.

김 검사의 차명계좌에 입금된 자금의 총 규모는 11억~1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수사ㆍ내사 무마나 각종 청탁과 관련돼 대가성이 있다고 볼 여지가 있는 금액이 9억7천만원 안팎이다.

김 검사는 2008년 서울중앙지검장 특수3부장 재직 시절 유진그룹 비리 정황을 내사하던 중 유진그룹 직원 4~5명이 쪼개서 차명계좌로 입금한 5천600만원을 받았다.

또 유진그룹 유경선 회장의 동생인 유순태 EM미디어 대표에게서 수표로 5억4천만원을 건네받았다. 김 검사는 전세자금으로 빌렸다고 주장하지만 검찰은 차용증이 없고 2년 넘게 변제되지 않은 점에 비춰 대가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유진그룹 측에서 받은 돈만 모두 5억9천600만원이다.

조씨 측근 강씨가 입금시킨 2억4천만원도 수사 무마 대가로 확인됐다.

여기에 대구지검 서부지청 차장검사 때 전 국정원 직원 부인 김모씨가 수사 무마 명목으로 준 5천만원도 받았다.

또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 시절 옆 부서인 특수2부의 수사 대상 기업이던 KTF 관계자가 대납한 해외여행경비도 금품수수 액수에 포함됐다.

이밖에 포항, 양산, 부산 등지의 기업 3곳에서도 8천만~9천만원을 건네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수금액ㆍ관련자 늘어날 듯 = 특임검사팀 관계자는 “이제 1단계에 있을 뿐이고 2단계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추가로 드러난 김 검사의 차명계좌에 들어온 돈의 성격을 규명하는 게 일차 과제다.

현재까지 특임검사팀이 추적한 김 검사의 차명 계좌는 모두 4개로 ▲부산지역 사업가 최씨 명의의 차명계좌 ▲2009~2010년 대구지검 서부지청 차장검사 재직 당시 이용한 부속실 여직원 명의 계좌 ▲또다른 인물의 명의로 개설된 것이 확인된 차명계좌 ▲김 검사의 것으로 의심되는 차명계좌 등이다.

김 검사가 최씨 명의 계좌로만 9억원대 금품을 수수한 만큼 추가로 이용한 2∼3개 차명계좌 입금 내역까지 확인될 경우 금품수수 총액은 더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김 검사에게 수사무마를 청탁한 기업이나 사건 관련자가 더 드러날 개연성도 크다.

특임검사팀은 이미 김 검사가 대구지검 서부지청 차장 부속실 여직원 명의의 계좌로 모업체로부터 1억원 안팎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으며 대가성이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김 검사가 ‘검은 돈’을 받으면서 직ㆍ간접적으로 관여한 사건 처리 결과가 왜곡되지 않았는지도 특임검사팀이 파헤쳐야 할 숙제다.

사건 관할이 서울동부지검-서울중앙지검-대구지검 서부지청으로 바뀐 전 국정원 직원 부부의 협박ㆍ갈취 사건을 비롯해 부산 회센터 사건, 부산ㆍ양산ㆍ포항지역 업체 관련 사건 등이 그 대상이다.

김 검사가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차장검사 재직 당시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과 함께 제일저축은행 측 브로커 박모씨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만났다는 의혹도 특임검사팀이 들여다보고 있다. 유진그룹 측의 불법대출 청탁을 알선했는지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수창 특임검사는 수사 착수 때 ‘끝장을 보겠다’고 공언한 상태여서 김 검사를 둘러싼 의혹을 어디까지 파헤칠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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