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화재 ‘충격’ 되살아나…신고전화 쇄도
“설마 경복궁에 불이 난 건가?”13일 점심때에 임박할 무렵 서울 도심을 지나던 시민들은 돌연 하늘을 뒤덮기 시작한 검은 연기를 보고 깜짝 놀랐다. 연기가 다름 아닌 경복궁 쪽에서 피어오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숭례문 화재의 악몽을 한 차례 겪은 시민들은 국가 중요 문화재에 또 화마(火魔)가 닥친 건 아닌가 싶어 일순간 충격에 휩싸였다.
이날 화재는 오전 11시20분께 종로구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신축 현장에서 발생했다. 이곳은 옛 기무사령부 부지로, 경복궁에서 바로 도로 건너편이다.
인근 서울 도심을 지나던 시민은 연기가 치솟는 방향만 보고는 ‘경복궁 화재’를 의심하기에 충분한 상황이었다.
현장에는 스티로폼을 비롯한 단열재와 인화물질이 많았던 탓에 유독가스를 포함한 검은 연기가 마치 거대한 구름대를 형성한 것처럼 도심 한복판 상공을 메웠다.
가까운 세종로와 안국동, 광화문 주변은 물론 도심 어디에서나 연기를 볼 수 있을 정도였다.
경복궁은 그 자체가 사적 117호로 지정돼 있고, 중심 건물인 근정전(국보 223호)을 비롯해 경회루(국보 224호), 근정문(보물 812호) 등 국보와 보물을 다수 포함하고 있다.
2008년 2월 숭례문이 방화로 잿더미가 된 기억이 있는 서울 시민들이 저마다 신고 전화를 한 탓에 경찰과 소방서 전화도 한동안 ‘불’이 났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도 화재 현장 주변이나 서울 상공의 연기를 찍은 사진이 물밀듯 올라왔다.
화재 당시 경복궁을 둘러보고 있던 국내외 관광객들이 일제히 대피했고, 소방차량이 진화작업을 위해 속속 도착하면서 현장 주변은 일대 혼잡을 빚었다.
시민들은 경복궁에서 불이 난 게 아니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일단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러나 지금까지 확인된 사망자가 4명이나 된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회사원 신현주(29ㆍ여)씨는 “문화재가 불에 타지 않아 다행이지만 이 더운 날씨에 고생하던 노동자들이 사망한 것은 정말 안타깝다”며 “정확한 원인 규명으로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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