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택 뒷산서 꽃·나무 보며 산책…기자들에게 ‘식물강의’도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19대 대선 선거일인 9일 투표를 마치고 ‘깜짝 산책’을 했다.문 후보는 이날 오전 투표를 마친 뒤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자택에 들어갔다가 잠시 뒤인 10시 30분께 주황색 등산복을 입고 노란색 등산화를 신은 채 집 앞을 지키던 기자들 앞에 나타났다.
부인 김정숙 씨와 자택 뒤편 야트막한 산으로 발길을 돌린 문 후보는 정상에 오른 뒤 바위에 걸터앉아서 상념에 잠긴 듯 먼 산을 바라봤다.
갑작스러운 산행에 따라나선 일부 기자들이 선거와 관련한 질문을 하기도 전에 문 후보는 산 얘기로 말문을 열었다.
문 후보는 “도로 때문에 산길이 끊겼는데 은평구청장이 생태연결 다리를 놔서 여기와 북한산이 이어진다”고 말했다.
북한산 진흥왕 순수비가 있을 법한 곳을 가리키면서는 “내가 청와대에 갔을 때 순수비가 있었다는 표지석만 남고 순수비는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옮겨져 있었는데 당시 유홍준 문화재청장한테 ‘이미테이션을 세우면 어떤가’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부인 김씨는 “이 길로 손주를 보러 가기도 한다”며 “쉬엄쉬엄 걸어서 다녀온다”고 하고는 일어서서 문 후보와 집이 있는 방향으로 향했다.
취재진이 ‘선거운동도 끝나서 홀가분할 것도 같고 맘이 더 무거울 것 같기도 하다’고 말하자 문 후보는 당선되더라도 즉시 국정운영에 나서야 하는 상황을 염두에 둔 듯 “하나도 홀가분 안 합니다”라고 대답했다.
문 후보는 내려오는 길에도 대선 언급은 삼간 채 주변의 꽃과 나무에 시선을 두고 내려오며 즉석에서 ‘식물 강의’를 벌였다.
문 후보는 국회의원 시절에도 봄이면 국회 의원동산에 핀 꽃을 사진으로 찍어 SNS에 설명과 함께 올리는 등 식물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아카시아 나무를 보고는 “정확히 ‘아카시 나무’인데 한동안은 숲을 황폐화한다고 해서 많이 베어내서 요즘은 흔치 않다”며 “요즘 새로 심지는 않지만 베어내지도 않는 것은 양봉도 중요하니 가치를 재발견했다 할까, 그런 거죠”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에 한창 조림할 때 속성수라서 많이 심었다”고도 이야기했다.
문 후보는 ‘당분간 좋아하는 식물 공부하기 어렵겠다’는 지적에 웃음으로 답을 대신하고는 “모르고 봐도 예쁘지만 알고 보면 조금 더 예쁘죠”라고 말했다.
한 나무를 가리키며 “이 나무 이름이 뭐게요”라고 물었더니 ‘조팝나무’란 답이 돌아오자 “이것은 이팝”이라고 답을 바로 잡기도 했다.
문 후보는 “멀리서 보면 부슬부슬한 흰 밥 같다고 ‘이팝’이라고 불렀다”며 “(광주) 5·18 묘역에 들어가는 길 2∼3㎞에 이팝나무 가로수가 있는데 딱 5·18 시기에 만개한다”고 소개했다.
문 후보는 기자들에게 한창 식물을 설명하다 뒤늦게 부인 김씨가 뒤로 처진 걸 알고는 잠시 멈춰 기다리기도 했다.
대선 기간 몇 달씩 호남에서 남편 대신 선거운동을 해 ‘호남 특보’로 불린 김씨는 소감을 묻자 “이제 이야기 안한다”며 웃음과 함께 손사래를 쳤다.
문 후보는 산에서 내려와 집 앞에 있던 태국 기자로부터 ‘당선되면 한국과 태국과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 얘기해달라’는 돌발 질문을 받았지만 “외신과는 따로 인터뷰하겠다”고만 대답했다.
문 후보는 10시 47분께 자택으로 들어갔고 20여 분 뒤 딸 다혜씨 부부와 외손자도 집안으로 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