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北 주적’ 논쟁 있었는데…역대 정부·대통령 입장은

[팩트체크] ‘北 주적’ 논쟁 있었는데…역대 정부·대통령 입장은

입력 2017-04-20 11:08
수정 2017-04-20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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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국방백서에 ‘주적’ 첫 표기…2004년부터는 삭제현 백서는 ‘주적’ 대신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 표현

지난 19일 열린 5당 대선 후보들의 KBS 주최 토론회에서 북한을 ‘주적(主敵)’으로 규정할 것이냐를 둘러싼 공방이 벌어지면서 주적 용어가 새삼 관심을 끌고 있다.

토론회에서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북한이 우리 주적이냐”고 물었고, 문 후보는 “그런 규정은 대통령으로서 할 일은 아니다. 대통령은 남북관계를 풀어나갈 사람”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이에 유 후보는 “우리 국방백서에 주적이라고 나온다. 정부 공식 문서에 북한이 주적이라고 나오는데 국군통수권자가 주적이라고 못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따졌고, 문 후보는 “대통령이 되면 남북간 문제를 풀어가야 할 입장이고, 남북정상회담도 필요하다. 국방부가 할 일이 있고, 대통령이 할 일이 따로 있다”며 입장을 고수했다.

주적이란 사전적으로 싸워야 할 ‘주된 적’을 줄인 말이다.

국방부는 ‘주적’이란 용어를 이미 폐기해 사용하지 않고 있다. 대신 ‘적’이란 말을 쓴다. 장병들의 내부 정신교육 자료에서도 ‘적’이란 표현은 있지만 ‘주적’이란 용어는 없다고 국방부 관계자는 20일 밝혔다.

국방부가 지난 1월 발간한 가장 최신판인 ‘2016 국방백서’에도 주적이란 단어는 없다.

2016 국방백서는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다”고 표현하고 있다.

과거 주적 표현은 남북 특사교환을 위해 1994년 3월 판문점에서 열린 제8차 실무접촉에서 북측 박영수(2003년 사망) 대표의 서울 불바다 발언을 계기로 등장했다. 당시 박 대표는 “서울이 여기서 멀지 않다. 전쟁이 일어나면 서울이 불바다가 되고 만다”는 공격적인 발언을 한 것을 계기로 국방백서에서 처음 사용됐다. 이양호 전 국방장관 시절 발간한 ‘1995년 국방백서’는 “북한을 주적으로 상정하면서…”라는 문구를 넣어 ‘주적’이란 용어가 처음 등장했다.

이후 2004년 참여정부 당시 윤광웅 국방장관 재임 때 발행한 ‘2004 국방백서’에서 주적 용어가 삭제됐다.

이 백서에는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 대량살상무기, 군사력의 전방배치 등 직접적 군사위협”으로라고 기술했다. ‘주적’이 ‘직접적 군사위협’으로 바뀐 것이다.

그리고 2006년에 발간된 국방백서는 ‘현존하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으로, 이명박 정부때 발간된 2008년 국방백서는 ‘북한의 직접적이고 심각한 위협’으로 각각 표현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 김관진 국방장관 때 발간한 ‘2010 국방백서’에서는 ‘적’이란 말이 처음 사용됐다. 당시 국방백서는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다”라고 기술됐고, 이 표현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군 통수권자인 역대 대통령중 북한을 명시적으로 ‘주적’으로 언명한 사례는 찾기 힘들다. 노무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주적이라는 표현을 언급한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맥락은 좀 다르다.

2013년 6월 국가정보원이 국회 정보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배포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전문과 발췌본에는 노 전 대통령이 김정일에게 “어쨌든 자주…자주국방이라는 말을 이제 우리 군대가 비로소 쓰기 시작합니다. 주적 용어 없애버렸습니다”라고 말했다고 나온다. 2004년 국방백서에서 주적 용어를 삭제한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은 2010년 5월 청와대에서 열린 제3차 국민원로회의에서 “우리 군이 지난 10년 동안 주적 개념을 정립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주적 개념 문제를 언급한 것은 이 때가 처음이었다. 그해 3월 천안함 피격사건을 계기로 대북 강경론이 득세하는 상황에서 이 발언이 나왔고, 정부는 내부적으로 주적 개념의 명문화 여부를 검토했다. 하지만 주적 표기로 인한 정치 사회적 논란을 우려해 이듬해초 발간된 2010 국방백서에는 결국 ‘주적’ 표현은 결국 담기지 않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05년 한나라당 대표 시절 “북한은 통일의 대상이자 한국의 안보위협이라는 이중성이 있지만 군사적으로 한국의 주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대통령이 된 이후 북한을 주적으로 표현한 적은 없다.

2001년 국방부가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대만, 베트남, 이스라엘, 독일 등 8개국의 국방백서 등 주요 발간물을 조사한 결과, 주적 용어를 사용하는 국가는 없었다.

1998년 서독 국방백서는 ‘동독 및 소련을 군사적 위협’, 2006년 중국 국방백서는 ‘대만을 대만독립 분열세력’으로 각각 표현했다. 대만은 내부적으로 중국을 ‘가상적(敵)’, ‘주요적인(敵人)’으로 지칭하고 있으나 문서상으로는 이를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2년 대만 국방백서는 ‘중국을 심각한 위협’이라고 표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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