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초 남북 통신선 복원”… 정세 변화 치고 나가는 김정은

“10월 초 남북 통신선 복원”… 정세 변화 치고 나가는 김정은

김헌주 기자
입력 2021-09-30 22:34
수정 2021-10-01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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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분석] 시정연설서 이례적으로 ‘시점’ 거론

美 겨냥 “교활”… 美는 “적대 의도 없다”
靑 “김여정 담화 등 상황 종합 분석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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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연설하는 김정은
시정연설하는 김정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9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5차 회의 2일 회의에서 10월 초부터 남북 통신연락선을 복원할 의사를 표명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0일 보도했다. 2021.9.30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정부가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첫 번째 징검다리로 꼽은 통신연락선 복원에 대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0월 초’라는 시점까지 거론하며 화답했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구체적 사안을 콕 집어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연속 담화로 운을 띄운 뒤 김 위원장이 나선 모양새로 정세 변화를 주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지난 29일 최고인민회의 2일차 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통해 “10월 초 관계 악화로 단절시켰던 북남통신연락선을 다시 복원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고 북한 관영매체들이 30일 일제히 보도했다. 최고인민회의 둘째날 ‘깜짝’ 등장한 김 위원장이 경색된 남북관계 회복을 위한 통신선 복원 뜻을 대내외적으로 공언한 것이다. 지난 7월 27일 통신선이 13개월 만에 복원됐을 때는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 조선중앙TV에 보도되지 않았다.

다만 김 위원장은 남북 관계 회복 여부는 “남조선(남한) 당국의 태도에 달려 있다”며 남측에 공을 넘기거나, “종전선언 전에 불공정한 이중적인 태도, 적대시 정책부터 철회해야 한다”고 조건을 걸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김여정 담화의 연속선상에 있는데 중요한 건 김 위원장이 통신선 복원 의사를 밝힌 부분”이라면서 “이걸 넘어서는 군사적 행동을 하는 건 어렵기 때문에 남북대화 쪽으로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김여정 부부장 담화와 북한의 미사일 발사, 김정은 위원장의 시정연설로 이어지는 일련의 상황을 종합적이고 면밀하게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대신 주무부처인 통일부를 통해 “김 위원장의 공개입장 표명이라는 점에서 통신선 복원과 안정적인 운용이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시정연설에 대한 ‘답신’이 될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는 실제 통신선이 복원되는 시점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바이든 정부의 대북 기조에 대해서도 처음으로 언급했다. “미국의 군사적 위협과 적대시 정책은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 표현 형태와 수법은 더욱 교활해지고 있다”, “미국이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주장하고 있지만 적대 행위를 가리기 위한 허울에 지나지 않는다”는 등의 표현만 놓고 보면 미국과의 대화 의사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김 위원장의 ‘강한 발언’ 이면에는 북측이 대화에 나올 명분을 제시하라는 압박이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이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가 끝난 뒤 “미국이 북한에 대해 적대적인 의도가 있지 않다는 점을 다시 한번 분명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제안한 종전선언 구상에 대해서도 “긴밀히 소통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2021-10-0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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