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 원폭’급 폭발력… 사실상 ‘핵미사일’ 쥐게 된 김정은

‘히로시마 원폭’급 폭발력… 사실상 ‘핵미사일’ 쥐게 된 김정은

강윤혁 기자
강윤혁 기자
입력 2016-09-09 22:50
수정 2016-09-10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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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기술 어디까지 도달했나

전문가들 “증폭 핵분열탄 실험” 추정
핵무기 3대 요소 중 핵물질·운반체계 갖춰

북한이 정권 설립 68주년인 9일 5차 핵실험을 감행하면서 북한의 핵개발 기술에 대한 논란과 우려가 제기된다.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와 강력한 대북 제재에도 지난달 24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에 성공한 북한이 핵무기 소형화와 전력화에도 서둘러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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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북한의 핵실험은 우리 기상청 관측 기준 규모 5.0으로 파악돼 그 위력은 10kt(킬로톤·1kt은 다이너마이트 1000t의 폭발 위력) 정도로 추정된다. 이는 1945년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됐던 미군의 핵폭탄 리틀보이(15kt)급 폭발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은 지난 1월 6일 4차 핵실험 이후 불과 8개월 만에 폭발력의 규모를 배 가까이 증가시켰다.

이번 5차 핵실험은 핵탄두 소형화를 위한 증폭 핵분열탄 실험으로 추정된다. 증폭 핵분열탄은 핵무기 내부에 수 그램의 중수소·삼중수소 고압가스를 주입해 핵폭발 위력을 2~5배 증가시키는 핵탄두 소형화의 핵심으로 꼽힌다. 북한은 4차 핵실험 때도 증폭 핵분열탄을 터뜨렸으나 위력은 3차 핵실험 때와 비슷한 6kt 정도여서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평가됐지만, 이번에는 위력이 최소 10kt에 이르러 성공에 근접한 것으로 보인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핵탄두 폭발시험으로 보인다”면서 “위력은 10~20kt으로 추정되며 이 정도면 핵무기로서 손색이 없다”고 말했다.

북한은 핵무기의 3대 요소인 핵물질, 기폭장치, 운반체계 중에서 핵물질 생산능력과 운반체계의 비행능력은 이미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고급인력 200여명을 포함한 핵 전문인력 3000여명을 보유한 북한은 양질의 우라늄 자원(매장량 약 2600만t, 가채량 400만t)과 ‘핵연료 주기’(Nuclear Fuel Cycle) 관련 시설을 보유해 독자적인 핵물질 생산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북한은 현재 플루토늄 약 40여㎏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군과 정보 당국은 약 6㎏의 플루토늄으로 핵무기 1기를 생산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북한은 2002년 이후 3차례 재처리를 통해 플루토늄을 추출했고 2013년 8월 이후 5MWe급 원자로를 재가동하면서 추가로 10㎏ 정도의 플루토늄을 추출했을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어 HEU탄 제조 기술도 상당 수준 진전된 것으로 평가된다. 그뿐만 아니라 그동안 스커드와 노동, 무수단에 이어 SLBM 등의 비행능력을 입증해 온 북한은 이에 탑재할 소형화된 핵탄두를 완성하면 핵무기 체계를 사실상 완성하게 된다.

소형화된 핵탄두를 미사일 탄두부에 탑재하기 위해선 폭발력은 갖추면서도 500~600㎏으로 기폭장치를 소형화할 필요가 있다. 군 당국에 따르면 현재 북한이 보유한 탄도미사일의 탄두 중량은 스커드 770~1000㎏, 노동 700㎏, 무수단 660㎏ 등이다.

기존 핵개발 국가들의 핵탄두 소형화 달성 기간이 2~7년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2006년 1차 핵실험을 실시한 북한도 약 10년 동안 네 차례 핵실험을 통해 상당 수준의 소형화 기술을 축적한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은 지난 4차 핵실험 당시 수소폭탄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아직까지 그 실체는 확인되지 않았다.

군 관계자는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했다는 북한의 주장은 어디까지나 그들의 주장일 뿐”이라면서 “한국과 미군이 기술적 측면 등 여러 정황을 종합적으로 따져 분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2016-09-1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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