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5차 핵실험’ 전문가 진단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이 9일 제5차 핵실험을 한 것에는 ‘투트랙’ 포석이 깔려 있다고 진단했다. 체제 내부 결속을 도모함과 동시에 핵보유국으로의 위상을 국제사회에 과시하기 위한 목적의 핵실험이라는 분석이다.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대내적으로는 김정은 위원장이 모든 권력을 장악하고 있고, 미국에 맞설 수 있는 지도자라는 것을 보여주고, 대외적으로는 핵과 미사일 부문에서는 중국으로부터 자유롭다는 것을 알리고 핵보유국 단계에 진입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어 향후 동북아 정세에 대해 “우리 정부는 북한과의 단절 속에서 대북 제재와 압박을 더욱 강화하게 될 것”이라면서 “결국은 중국이 문제인데, 미국의 입장에 변화가 없는 한 중국은 절대 북한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북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유엔 안보리의 제제에 어느 나라도 굴복한 사례가 없다. 미국이 65년 동안 온갖 제재를 가했지만 결과적으로 북한의 핵 능력만 강화됐다”면서 “압박과 제재는 교류와 협력을 병행할 때 실효성이 있다. 때문에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가져가려면 남북관계 복원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핵은 이제 실전 배치 마지막 단계에 이르는 것으로 보인다. 제재와 압박을 가하면 가할수록 핵이 점점 고도화되고 있으니 거의 끝장 게임처럼 돼버렸다”면서 “그렇다고 추가 제재를 하면 북한은 또 도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번 핵실험으로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을 가능성도 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는 소용 없게 됐고, 비핵화는 물 건너갔다”고 강조했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9·9절이어서라기보단, 아세안 정상회의가 열린 시점에서 한·미의 북한 비핵화 압박에도 굴하지 않는다. 맞받아칠 능력이 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강행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향후 대북 관계에 대해 그는 “대북 제재는 북핵 문제를 너머 김정은 체제의 비현실적 인권 유린과 공포 통치에 대한 압박으로 확장될 것”이라면서 “그러면 김정은 정권의 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적 비난 여론이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동완 동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외적인 무력시위 성격의 핵실험”으로 규정하며 “향후 지금과는 전혀 다른 양상의 제재나 강력한 액션, 심지어 군사적 조치까지 있지 않을까 예측한다”고 말했다.
미국 대선에 영향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갈렸다. 강 교수는 “북한의 핵실험은 차기 미국 정부와의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며 영향력을 긍정했다. 그러나 고 교수는 “다음 정부와 협상하겠다는 계산이 있을 순 있지만 미국으로선 제재·압박하는 상황이니 협상할 생각이 없어 대선 결과에는 별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양 교수는 “영향을 줄 수 있을진 몰라도 의도하진 않았을 것”이라면서 “영향을 미칠지는 후보들의 반응을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고,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미국이 대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핵실험을 해도 국제사회의 제재가 강화되진 않을 것이란 예상을 한 것 같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2016-09-1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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