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北 주민 “이렇게 될 줄 알았다” 반응 보여
북한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실각설이 전해진 이후 북한 내에서 아직 눈에 띄는 주민 동요는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5일 북·중 접경 지역의 대북 소식통들을 따르면 신의주와 나선 등 북한의 주요 접경도시들에서는 주민 사이에 장성택 실각설이 급격히 퍼져 나가고 있다.
업무상 북한을 방문했다가 4일 귀국한 한 중국인은 “중국으로 돌아오기 직전 북한에서 만난 인사들은 모두 이번 소식을 알고 있었으며 일부는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반응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북한인 중에는 젊은 최고 지도자가 올라와 세대가 바뀌었는데 구세대는 당연히 밀려나갈 것으로 생각했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면서 “일각에서는 최고 지도자의 이번과 같은 과감한 결단력으로 미뤄볼 때 개방이 더 빨라져 강성대국 건설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표시했다”고 말했다.
북한 주요 도시가 차분한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북한군은 경계 태세를 강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주요 대중국 수출품목인 수산물의 경우 북한 당국이 군 준비태세와 경계수위를 높여 어선 출어를 제한하면 곧바로 수출량이 줄어드는 특징을 보여왔다.
접경 지역의 한 중국인 무역상은 “북한 측 파트너로부터 최근 해상 조업이 통제돼 당분간 물량을 보낼 수 없을 것 같다는 연락을 받았다”면서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면 가끔 있을 일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수산물 수출은 지난 2월 3차 핵실험 직후에도 북한 내부에서 ‘전쟁에 대비한다’, ‘훈련을 한다’는 등의 소동이 벌어져 일시적으로 중단된 바 있다.
중국에 나와 있는 북한 무역상들도 장성택 실각설에 따른 권력 구도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으로 전해졌다.
단둥의 한 대북 소식통은 “중국 주재 북한인들은 이번 사건과 관련된 뉴스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앞으로 사건의 전개 방향과 파장에 무척 신경을 쓰는 분위기”라며 “지난 4월에도 북한 당국이 국외 파견자에 대해 동반자녀 한 명을 제외하고 소환 명령을 내렸다가 동요와 반발로 철회한 적이 있어 이번 사건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걱정하는 모습이 역력하다”고 말했다.
랴오닝성 단둥(丹東)을 비롯한 북·중 간 주요 교역 창구에서는 평소와 다름 없이 물품교역이 이뤄지고 있으며 단둥과 맞닿아 철조망으로 국경을 삼은 황금평 일대의 북한 초소를 비롯한 다른 접경 지역에서도 별다른 변화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
북한은 오는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2주기를 앞두고 지난해 1주기 때와 마찬가지로 자국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 가운데 일정 규모 이상 업체 대표들에 대해 애도행사 참석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둥의 한 소식통은 “중국 기업인들이 사업 파트너인 북측의 요청에 따라 동북 지역의 주요 도시마다 10여 명씩 오는 15일께 방북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장성택 실각설과 관련해 북·중 간 물적·인적 교류에서 현재까지 표면적인 변화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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