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전문가 6인이 밝힌 남북관계 해법
접경지 훈련하면 훈련으로 맞대응해야
최고지도자 톱다운 방식으로 타개 가능
정부 단호한 의지 보이면 北도 변화할 것
전단금지법 만들고 특사파견 아직 유효
북한이 지난 16일 개성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다음날 총참모부 대변인 발표를 통해 ‘대남 군사 행동 계획’을 제시하자 정부가 ‘강력 대응’하겠다고 경고함에 따라 남북 간 군사 충돌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신문은 18일 외교안보 전문가 6명에게 북한의 향후 군사 도발 수위와 정부의 대응 및 북한 도발 자제 방안, 냉각된 남북 관계의 해법 등을 물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발표한 ‘대남 군사 행동 계획’인 ▲금강산관광지구·개성공단에 군대 전개 ▲비무장지대(DMZ) 감시초소(GP) 재진출 ▲전 전선 1호전투근무체계 격상, 접경지역 군사훈련 재개 ▲대남전단 살포 군사적 보장은 실행하겠으나, 이를 넘어서 군사 도발을 감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북한이 네 가지 조치를 취하겠지만 무력 충돌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며 “도발 수위를 급격히 높이면 재래식 전력에서 열세인 자신이 불리할 것을 알기에 통제하기 어려운 도발까지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소 안보전략실장은 “2010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을 주도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김여정 당 제1부부장과 대남 사업을 관할한다고 북한이 밝힌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대남 공세를 주도하는 김 부부장 뒤에서 김 부위원장이 도발의 주체를 감춘 채 서해 북방한계선(NLL)이나 DMZ에서 국지 도발을 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북한이 네 가지 조치를 실행할 시 정부의 대응에 대해서는 북한의 추가 군사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 비례적으로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과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해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나뉘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이 자신의 영토인 금강산과 개성에 군대를 전개하는 데 한국이 포사격 등으로 대응할 수는 없지만, 부대 배치나 경계 태세, 유사시 대비 계획을 변화할 필요가 있다”며 “아울러 북한이 접경지역에서 훈련을 재개하면 경고 차원에서라도 한국도 훈련으로 맞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북한과 행동을 똑같이 한다는 것은 북한의 의도에 말려드는 것”이라며 “한국의 감시 체계가 발달해 굳이 GP에 재진출할 이유가 없고, 북한이 대남전단을 살포한다고 한국도 대북전단 살포를 허용하면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냉각기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북 관계를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원칙적 대응’ 혹은 ‘외교적 노력’ 등이 필요하다고 봤다.
최 부원장은 “전례를 보면 큰 위기나 충돌이 있지 않으면 남북 관계의 반전이 일어나지 않았다”며 “정부가 결기를 갖고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면 북한도 입장을 변화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북한은 11월 미국 대선 결과의 윤곽이 드러날 때쯤 출구 전략을 모색할 것”이라며 “정부는 긴 호흡으로 미국과 중국,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해 북한이 출구 전략을 세울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지난 15일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 파견을 거부했지만, 특사 카드를 다시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나왔다. 김용현 교수는 “현 상황을 푸는 것은 실무 협의보다는 톱다운 방식의 최고지도자 간 대화가 더 낫다”며 “이를 위한 특사 파견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도 평양에 특사를 보내는 등 중국과 미국 최고지도자도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는 데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원하는 것은 한국이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을 만드는 것”이라며 “금지법 제정을 통해 한국의 남북 합의 이행 의지를 전하고 특사 파견이나 원포인트 정상회담 개최로 반전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2020-06-19 4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