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훈련 견제, 핵협상 앞둔 美 압박… 김정은이 쏜 ‘벼랑 끝 전술’

한미훈련 견제, 핵협상 앞둔 美 압박… 김정은이 쏜 ‘벼랑 끝 전술’

박기석 기자
박기석 기자
입력 2019-07-26 01:48
수정 2019-07-26 02:02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이번엔 미사일… 갈등 수위 높이는 北

잠수함 공개 이어 리용호 ARF도 불참
美의 모든 핵 폐기 입장 변화 없자 시위
‘하노이 노딜’ 수모 안된다는 우려 방증
한미연합훈련 전후 추가 도발 가능성
이미지 확대
북한이 25일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2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청와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의를 열어 “북한이 발사한 발사체가 새로운 종류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인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5월 9일 이동식 미사일발사차량(TEL)에서 단거리 미사일이 발사되는 모습. 연합뉴스
북한이 25일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2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청와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의를 열어 “북한이 발사한 발사체가 새로운 종류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인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5월 9일 이동식 미사일발사차량(TEL)에서 단거리 미사일이 발사되는 모습.
연합뉴스
북한이 25일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전격 발사한 것은 다음달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을 견제하는 동시에 북미 비핵화 협상에서 미국에 더 많은 양보를 요구하는 ‘벼랑 끝 전술’로 해석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최근 미국의 실무 협상 제의에는 응하지 않은 채 신형 잠수함 공개, 남한의 쌀 지원 거부, 다음달 초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불참,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등 압박 수위를 높이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김 위원장 입장에선 섣불리 미국과의 협상에 응했다가는 또다시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때처럼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수모만 당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16일 한미가 다음달 5~20일 예정된 연합훈련 ‘19-2 동맹’을 실시하면 북미 비핵화 실무 협상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후 지난 주말 한국 정부가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국내산 쌀 5만t을 북한에 지원하는 데 대해 한미연합훈련을 이유로 거부 의사를 밝혔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도 다음달 1~3일 태국 방콕에서 열릴 ARF에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ARF에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참석해 북미 외무장관 회담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반면 김 위원장은 지난 23일(조선중앙통신 보도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탑재가 가능한 것으로 추정되는 새로 건조된 잠수함을 참관하는 등 6·30 판문점 남북미 정상회동 이후 군사 행보를 재개했다.
이미지 확대
북미 정상이 6·30 판문점 회동에서 2~3주 내에 실무 협상을 열기로 합의했으나, 미국이 그사이 북한이 원하는 양보안을 내놓지 못했다고 북한은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탄도미사일 발사를 중장거리가 아닌 단거리로 국한한 것은 협상의 판은 깨지 않으면서도 미국을 최대한 압박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부터 시작해 단계적으로 합의하자는 것인데 미국은 ‘핵동결’로 시작하자면서도 합의는 모든 핵 프로그램 폐기를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미국이 결국 기존 입장을 고수하니 북한은 ‘시간이 미국 편은 아니다’라는 것을 보여 주고자 무력시위에 나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다음달 한미연합훈련을 전후해 추가 무력시위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미국에 대한 압박뿐만 아니라 한미연합훈련으로 인한 주민의 불안과 군부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내부 결속 차원에서 김 위원장이 군사 행보를 이어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북한은 김정은 시대 들어 새로운 무기가 개발되면 바로 공개 시험하는 패턴이 있다”며 “한미연합훈련 기간에는 우발 충돌 위험 때문에 자제할지 몰라도 연합훈련 전후로 추가 무력시위를 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2019-07-26 3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