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혀진 그날의 사실과 남은 의혹
국방부 5·18 특별조사위원회가 7일 지난해 9월부터 5개월 동안의 조사 활동 결과를 발표했다. 특조위는 5·18민주화운동 기간에 ▲육군이 헬기를 이용해 비무장 광주시민을 향해 사격을 가했고 ▲공군 전투기와 공격기가 이례적으로 폭탄을 장착한 채 대기했으며 ▲해병대 1개 대대도 광주에 출동하려 했었다는 사실 등을 새로 밝혀냈다고 강조했다.특조위, 5개월간 62만쪽ㆍ120명 조사
이건리 5·18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이 7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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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 사격 등이 실제 자행됐다는 세간의 의혹을 규명한 조사 결과라는 점에서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일부 의혹에 대해서는 결정적인 ‘스모킹건’을 제시하지 못해 과도한 추정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헬기 사격의 최초 발포 명령자 규명 등도 숙제로 남았다. 전투기가 폭탄을 장착한 채 대기한 이유 등도 명확히 밝히지 못했다. 특조위는 그 원인 중 하나로 많은 자료가 은폐, 왜곡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국방부에 발족된 특조위는 5개월간에 걸쳐 62만쪽에 이르는 자료를 수집 분석하고 당시 광주에 출동했던 190개 대대급 이상 군부대 및 관련기관, 당시 군 관계자들과 목격자 등 총 120명을 조사했다.
1980년 5·18 민주화운동 기간 군 헬기가 광주 전일빌딩 주변을 비행하는 모습. 7일 국방부 5·18특별조사위원회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헬기로 민간인을 향해 사격했다고 발표했다.
5·18 기념재단 제공
5·18 기념재단 제공
특히 특조위는 계엄사가 5월 21일 전남도청 앞에서 집단 발포와 함께 더 강경한 진압작전을 계획하면서 다음날 전투병과교육사령부(전교사)에 헬기 사격이 포함된 구체적인 ‘헬기작전계획 실시지침’을 하달한 사실을 최초로 확인했다. 지침에는 위협 및 실사격에 사용할 기총 종류 등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했다. 특조위는 또 황영시 당시 계엄사 부사령관, 김재명 육본 작전참모부장 등이 전교사 간부들에게 무장헬기 투입 및 위협사격 명령 등을 하달한 내용도 공개했다. 하지만 이들이 최초 헬기 사격 발포 명령자인지는 규명하지 못했다.
해병대 1사단 3연대 33대대 병력이 광주 출동을 위해 마산에 대기하고 있다가 진압작전 변경으로 출동해제됐다는 사실도 새로 확인된 내용이다. ?전투기들이 광주 폭격을 준비했다는 의혹은 여전히 의혹으로 남았다. 특조위는 5·18민주화운동 기간 경기 수원과 경남 사천에서 각각 F5 전투기와 A37 공격기가 MK82 공대지 폭탄을 장착한 채로 대기했던 사실까지는 확인했으나 어떤 목적에서 대기했는지는 정확히 규명하지 못했다. 특조위 측은 “폭탄이 장착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면서도 “하지만 광주를 폭격하기 위한 것이라는 명확한 근거자료는 발견하지 못했고, 미국 등 외국자료까지 포함한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서주석 국방부 차관이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왜곡을 주도했던 ‘511 연구위원회’(이하 511위원회)의 실무위원으로 활동한 것이 확인돼 파문이 일고 있다. 511위원회는 1988년 제13대 국회의 5·18 광주민주화운동 진상조사위원회 청문회에 대응하기 위해 국방부, 합참, 보안사, 육군 KIDA 등이 참여해 만든 조직이다. 서 차관은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말단 연구원으로 발표문 초안, 예상질의응답 수정 등 주로 시키는 일을 했다”며 “만약 당시 주도적으로 일했다면 지금 5·18 운동 진상조사 규명에 전심전력으로 노력할 수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홍환 선임기자 stinger@seoul.co.kr
2018-02-08 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