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단자위권 행사 확대 선언 이후… 쭈뼛쭈뼛한 한국, 그리고 미국과 일본
정부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대해 우려를 표시한 가운데 한반도 유사시 한미연합사령관(주한 미군 사령관)이 설정하는 작전구역 내에서도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세웠다. 전시작전통제권을 쥐고 있는 미국이 우리 의사와 상관없이 일본 자위대의 한국 파병을 허용하는 등 이를 용인할 것이라는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한 입장으로 풀이된다. 정부 소식통은 9일 “한반도 유사시 한미연합사령관이 설정하는 연합작전구역(KTO) 내에서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는 일은 우리 정부의 요청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용인될 수 없다”면서 “이러한 정부 입장을 미국과 일본 측도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KTO는 전쟁이 발발했을 때 한미연합사령관이 지상, 해상, 공중에서 북한의 무력을 봉쇄하기 위해 한반도 인근에 선포하는 구역으로 한반도 전체를 의미한다. 연합사령관은 전시에 한·미 양국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이 구역을 설정한다.
정부의 이 같은 입장은 한반도 안보와 국익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은 한국의 요청이나 동의가 없는 한 결코 용인될 수 없다는 기존 입장보다 더 구체적이다. 일각에서는 우리 군이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받지 못한 상황에서 미국 측 한미연합사령관이 유사시 한반도에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군 당국은 이에 대해 “전작권은 전시에서의 병력 지휘일 뿐 외국군이 우리 영역 내에 들어오려면 우리 동의가 필요하다”고 일반론적으로 설명해 왔다. 하지만 이 같은 입장이 정치적 선언에만 그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종건 연세대 정외과 교수는 “한국에서 실제로 전쟁이 발발하고 주한 미군과 그 가족들도 공격받는 상황에서 일본이 자국민을 철수시키겠다고 함정을 파견하면 한·미 당국이 과연 이를 막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2014-07-1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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