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의사 놓고 공방…연내 한일정상회담 물 건너가
독도와 위안부 등 과거사를 둘러싼 갈등으로 좀처럼 복원되지 못하는 한일 관계에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등장했다.그동안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던 강제 징용자와 피살자의 배상 문제가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기록원은 19일 3·1운동과 일본 관동(關東·간토) 대지진 피살자, 강제징병자 명부 등을 새롭게 발견해 공개했다.
정부는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을 통해 징용 및 징병에 대한 배상이 포함된 청구권 자금을 일본 측으로부터 받았으나 이 과정에서 3·1 운동 피해자와 간토 대지진 피해자에 대한 배상 문제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에 공개된 자료가 한일청구권 협정 체결과정에서 활용됐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새로운 자료라는 점에서 추가 배상을 요구할 근거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자료는 우리 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 잇따르면서 이에 대해 일본 재계가 반발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정부는 자료에 대한 상세한 분석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추가적인 자료 검토가 마무리되고 나서 일본에 추가배상 청구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여지는 남겨뒀다.
그러나 이번 자료는 추가 배상의 청구 여부와 관계없이 일제 강점 시기 우리 국민에 대한 일본의 폭력적인 만행이 재확인된 것이어서 반일 정서가 고조될 가능성이 있다.
최근의 한일 관계는 일본의 부당한 독도 영유권 주장에다 위안부 문제 등으로 꼬일 대로 꼬여 있는 상태다.
또 일본 정치인의 야스쿠니(靖國)니 신사 참배에다 일본의 집단자위권 추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한국 비하 발언에 대한 보도까지 나오면서 연내 한일 정상회담은 사실상 물 건너간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달 초 유럽순방 기간 가진 기자회견에서 현재 상황에서 한국과 일본이 정상회담을 한다면 “양국 관계 악화라는 역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해 현 상태에서 정상회담을 할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이날 안중근 의사를 놓고 양국 정부가 공방을 벌여 갈등이 자존심 싸움으로까지 확대되는 양상도 보였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이날 안중근 의사를 “범죄자”라고 주장하자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역사를 겸허히 직시할 것을 촉구한다며 맞받아친 것이다.
현재 한일관계의 갈등 요소가 되는 독도와 위안부, 강제징용 배상 문제, 야스쿠니 신사참배 문제 등은 모두 일본의 과거사에 대한 인식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정부도 한일관계의 개선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지만 일본의 퇴행적인 과거사 인식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한다는 방침은 확고하다.
전문가들은 이런 점에서 일본의 과거사 반성이 없는 상태가 계속된다면 당분간 한일 관계가 획기적으로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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